우울증 전자약 누적 처방 30만 건··· 반복매출 비중 50% 육박원내 처방과 재택 렌탈 결합··· 보수적인 의료 시장 안착2035년 침습 BCI 상용화 목표··· 국가전략기술 표준 주도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진료실 문턱을 넘지 못하면 비즈니스는 실패합니다. 의사가 안심하고 처방하고, 환자가 집에서 치료받는 구조를 만든 것이 30만 건 처방의 본질입니다."
카이스트(KAIST) 출신 연구진이 창업한 와이브레인은 국내 우울증 전자약 시장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뇌신경과학 전문기업이다.
최근 뉴스웨이와 만난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대표 제품인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이 누적 처방 30만건을 넘어서고 반복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기술 자체보다 '의료 현장과의 결합 방식'을 먼저 강조했다. 화려한 기술 스펙을 내세우기보다 병·의원 중심의 처방 시스템을 안착시킨 것이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의료는 신뢰 기반의 신용재··· 처방형 재택 렌탈이 주효
창업 초기만 해도 이 대표는 3년 내 상용화와 가정용 패치 형태의 전자약을 구상했다. 하지만 임상 현장의 생태계는 일반 소비재 시장과 전혀 달랐다. 이에 이 대표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 대신, 병원의 진단과 처방을 거쳐 환자 자택으로 기기가 배송되는 '원내 처방 기반의 재택 렌탈 모델'로 눈을 돌렸다.
이 대표는 "의료 시장은 철저히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신용재 시장이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의 제안을 따르고, 의사는 공인된 가이드라인과 임상 근거를 따른다"며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환자가 직접 구매하는 일반 공산품 형태로 유통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의사가 원내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면 기기 모듈이 환자의 자택으로 배송되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계획보다 기업의 성장 속도가 늦춰지긴 했지만 플랫폼 중심 설계는 매출 구조의 체질 개선으로 직결됐다. 일선 병·의원이 고가의 장비를 대량 구매해 보관하는 부담을 덜고 처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본사가 모듈 재고 관리와 자택 배송을 전담하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주효했다. 그 결과 2023년 10% 수준이던 소모품 및 구독 형태의 반복매출 비중은 2024년 20%, 2025년 30%를 거쳐 올해 50%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산기 우울증부터 ADHD까지··· 단일 플랫폼 기반 적응증 확장
현재 와이브레인은 누적된 처방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제도권 진입과 적응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차병원과 함께 약물 복용이 어려운 임산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산기 우울증 다기관 임상 성공은 고무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비약물 치료 대안을 마련했다"며 "치료 2주 차의 감정 변화율이나 주말 행동반경 등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지표까지 함께 확인했다"고 전했다.
적응증 다변화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편두통 전자약 '두팡'에 이어 과각성 증상을 조절하는 불면증 전자약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기존 수면유도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수면 구조 훼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면 모니터링 서비스와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및 성인 ADHD 전자약은 국내 최초로 확증임상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며, 내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전두엽 자극에 따른 충동성 억제와 측두엽 활성화 조절을 통한 환청 완화 가능성을 입증한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며 조현병 분야로도 연구 보폭을 넓히고 있다.
KB증권과 IPO 재추진··· "실적으로 입증하는 바이오텍 될 것"
와이브레인은 최근 상장 주간사를 기존 NH투자증권에서 KB증권으로 변경하고 코스닥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지난 2022년 기술성 평가에서 'A, A' 등급을 획득한 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정을 조율했던 만큼, 이번에는 준비된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 작업을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최대주주인 세라젬과의 사업 시너지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세라젬이 홈 헬스케어 기반에서 병원 의료 영역으로 확장하는 구조라면, 와이브레인은 병원 진료 기술을 토대로 가정 내 케어로 진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구조다. 양사는 삼성서울병원 미래 VIP 병실 프로젝트 협업을 비롯해 멘탈헬스 분야를 잇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함께 조성해 나가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존 드노보(De Novo) 심사 과정 중 새로운 품목군(PMA) 승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추가 임상이 필요해졌으나 오히려 인허가 기준이 명확해져 시장 진입 준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와이브레인은 속도에 매몰되기보다 국내에서 검증을 마친 재택 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국 현지 제약사나 원격의료 네트워크와의 파트너십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단기적인 이벤트성 성과에 기대기보다는 정신과 점유율 35% 달성과 재택 렌탈 확대, 반복매출 50%라는 견고한 본업 지표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며 "기대감에만 의존하는 여타 바이오텍과 달리 실적이 뒷받침되는 토대 위에서 BCI라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함께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5년 침습 BCI 상용화··· 국가 뇌 데이터 자산 수호
와이브레인의 중장기 지향점은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생태계 선점에 있다. 정부가 BCI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와이브레인은 사지마비나 척수손상 환자의 운동 기능 복원을 목표로 하는 침습형 BCI 연구를 구체화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은 10년 이상 다져온 뇌파 측정·자극 기술과 실시간 뇌 신호 해독(디코딩) 인프라를 무기 삼아 오는 2030~2035년 사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국제표준화기구(ISO/IEC)에 비침습 BCI 상용화 사례를 등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기정통부 산하 'BCI 얼라이언스'의 주축 기업으로서 모빌리티·로봇 등 이종 기기 간 상호운용성 표준 정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침습 BCI 기술을 둘러싼 보안 및 윤리적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현재 연구 단계의 BCI는 손 영역의 운동 신호를 해석해 휠체어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능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신호 측정 모듈과 뇌 자극 모듈이 엄격히 분리돼 있어 물리적인 조종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고 체계 전반을 디코딩하는 미래 고도화 단계에 대비해 식약처 및 국제 표준 기구와 함께 사이버 보안과 AI 윤리 기준을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과거 통신망이나 자체 내비게이션 인프라를 구축해 기술 자립을 이뤄냈듯, BCI 시대에는 우리 국민의 뇌 데이터 자산을 지켜낼 토종 기술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상 속에서는 손쉽게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의료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국가적으로는 뇌 데이터 주권을 지켜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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