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자주총 내년 의무화···대기업 한정에 '반쪽짜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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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주총 내년 의무화···대기업 한정에 '반쪽짜리' 우려

등록 2026.11.05 07:09

노영현

  기자

예탁결제원, 4일 전자의결권 플랫폼 '이봅' 첫선자산 2조 미만 기업 자율선택···"대상 확대 필요"통신 장애·질문 관리 등 과제···보안 기준 마련 필요

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

내년 전자주주총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주 권리 강화에 대한 기대와 제도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의무 도입되지만 그 외 기업은 자율적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통신 장애와 투표 결과 검증 등 기술적 과제까지 남아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전자주총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4일 법무부와 공동으로 관련 기관들을 초청해 전자주주총회 도입 및 플랫폼 개통 기념식을 개최했다. 앞서 예탁원은 기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서비스를 통합한 전자의결권 플랫폼 '이봅(eVOP)'을 지난달 26일 선보인 바 있다.

플랫폼은 주주총회 전일까지 실시하는 (사전)전자투표부터 주주총회 당일 수행하는 전자총회장 투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외국인 주주 전자주총 수용, 플랫폼상 영상연계 지원, 주주 음성질의‧발언 지원, 공동인증, 간편인증 13종 및 금융인증서 지원도 포함돼 있다.

이번 인프라 구축은 개정 상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제도와 맞물려 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전자주총을 개최해야 한다.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전자주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측의 전략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모든 소액주주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전자주총 대상 기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용훈 한국소액주주연구회 사무총장은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되지 않으면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주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주주총회장까지 찾아가 의결권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일부 대형 상장사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전자주총 의무화 대상을 시가총액 2조원 이상으로 정한 것은 여러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높은 기준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선 제도를 시행한 뒤 운영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1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적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 발생 시 복구 절차, 재투표 기준 등 명확해야"

다만 제도 시행을 앞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전자주총 대상 상장사 확대에 앞서 시스템 오류나 통신 장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부터 온라인 주주들의 질의응답 관리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전자주주총회는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통신 장애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상장사들의 주요 관심사"라며 "온라인으로 질문이 실시간 쏟아지면 질문 순서를 어떻게 정하고 모든 질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실무적인 고민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무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만 상장사들이 예측 가능한 기준에 따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자주총 제도 및 시스템 정착을 위해서는 기술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자주주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실제 주주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등 기술적 장치를 통해 신원을 정확하고 안전하게 확인하는 동시에 의결권이 제대로 행사됐는지, 투표 결과가 위·변조되지 않았는지를 명확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장애나 접속 오류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투표 결과가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에 대한 보안 및 안정성 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해야 하며 투표 기록의 실시간 저장과 검증, 장애 발생 시 복구 절차, 의결권 행사 시간 연장 및 재투표 기준도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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