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텍사스 36년 만의 대이변···"韓 반도체에 불똥 튈라" 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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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텍사스 36년 만의 대이변···"韓 반도체에 불똥 튈라" 업계 촉각

등록 2026.11.04 15:31

김선민

  기자

민주당 히노호사 당선, 36년 만의 쾌거삼성전자·SK하이닉스, 새로운 투자 환경 직면전력·용수 사용 문제로 규제 집중

미국 중간선거, 텍사스서 민주 주지사 당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미국 중간선거, 텍사스서 민주 주지사 당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과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거점인 텍사스에서 신규 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향후 정책 변화를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히노호사(52) 후보는 4선에 도전한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현 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애벗 주지사는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텍사스에서 당선된 것은 1990년 앤 리처즈 전 주지사 이후 36년 만이다. 히노호사는 텍사스 최초의 라틴계 여성 주지사이기도 하다. 노동·민권 분야 변호사 출신으로 2017년부터 텍사스 주의회 의원을 지냈다.

이번 선거에서는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과 지역사회 부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전력과 용수 사용 등에 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텍사스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된 핵심 지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프리스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26%가 텍사스에 집중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위인 버지니아주보다 약 3배 많은 규모다.

투자업계도 선거 결과에 주목해왔다. 제프리스는 선거 전 히노호사 후보가 승리할 경우 텍사스에서 발표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13.1기가와트(GW) 규모가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규제 변화에 따라 일부 프로젝트의 인허가나 전력망 연결 일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데이터센터 투자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규제 시행에는 주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관련 기관의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텍사스 주의회에서도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유지하고 있어 당선인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회와의 협의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번 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9월 전력망 안정성과 용수 사용 문제 등을 이유로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에 데이터센터 관련 인허가를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조치는 전력망과 용수 사용에 대한 관계 기관의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신규 인허가를 보류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차기 주정부의 정책은 기존 조치의 유지 여부와 적용 범위, 추가 규제 도입 여부를 중심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투자 변화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서버와 AI 가속기 도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관련 메모리 수요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요 공급업체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가 지연되거나 일부 축소될 경우 AI 서버용 HBM과 서버용 D램의 수요 증가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텍사스의 정책 변화만으로 글로벌 HBM 수요 전체의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국 내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반도체 사업과 AI 인프라 시장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HBM이나 D램을 생산하는 메모리 공장이 아니라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거점이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매일경제 단독 보도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테일러의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에서 AMD와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용 베이스 다이 생산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은 2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며, 장비 반입은 2029년, 양산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선거 결과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생산 차질보다는 미국 AI 인프라 투자 환경과 메모리 수요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기존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와 다른 지역의 신규 투자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주목되는 대목은 히노호사 당선인의 데이터센터 규제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전력과 용수 확보를 둘러싼 규제 변화가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일정과 AI 인프라 확충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성능 메모리 사업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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