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술력 복원과 비메모리 사업 강화HBM 시장 내 주도권 회복이 주요 목표AI와 신사업 현황, 수익성 확대가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취임 직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직면했던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 투자와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앞세워 삼성의 본원 경쟁력 회복에 주력해왔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는 등 부침도 겪었지만 인적 쇄신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통해 반격의 발판을 다져왔다. 이제 삼성전자는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넘어 HBM 시장의 주도권 회복과 비메모리·신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술과 인재를 앞세운 이 회장의 경영 전략이 시장 지위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 시험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의 회장 취임이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을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한 지 약 4년 만이기도 하다. 당시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취임 이후 내세운 경영 기조는 미래 기술 선점과 인재 확보였다. 그중에서도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경쟁력 회복은 시급한 과제였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43조3766억원에서 2023년 6조5670억원으로 급감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실적을 끌어내린 가운데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경쟁의 기준도 빠르게 달라졌다. 기존 메모리의 가격과 공급량뿐 아니라 AI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얼마나 앞서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범용 메모리에서 쌓은 압도적인 생산 역량만으로는 AI 시대의 경쟁 우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술 개발부터 고객사 검증, 양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의 속도와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연구개발 현장을 직접 챙기고 사업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쇄신에 나섰다. 2023년 기흥·화성 연구개발단지와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24년에는 전영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반도체 사업의 위기감을 공유하고 연구개발과 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적 쇄신으로 풀이됐다.
이제 시험대는 차세대 메모리의 기술력을 실제 공급 성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HBM4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양산을 추진하며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이나 기술 투자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는 어렵다. 제품의 기술 완성도와 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사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고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차세대 제품의 양산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가를 전망이다.
메모리에서의 반격만으로 삼성의 경쟁력 회복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경쟁력과 수율을 높여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고, 시스템LSI는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실적 개선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TV·생활가전 등 완제품 사업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시장 경쟁 심화에 맞서 제품 차별화를 이어가야 한다. 반도체 실적에 따라 회사 전체의 성과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사업 전반의 수익 기반을 넓혀야 한다.
로봇과 전장 등 신사업은 이를 뒷받침할 미래 성장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로봇 사업 육성에 속도를 냈고, 전장·오디오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을 통해 자동차 전자장비 분야의 입지도 넓혀왔다. AI와 로봇, 전장 등 미래 산업을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투자와 사업 확장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느냐다. 신사업은 초기 투자와 기술 확보에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만큼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기술을 상용화하고 고객 기반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수익원으로 키워야 한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미래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도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리사 수 AMD CEO 등 주요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 접점을 넓히며 AI와 반도체, 미래 산업을 둘러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삼성의 역할을 확대하고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행보다. 다만 최고경영자 간 만남과 네트워크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제품 공급과 공동 사업, 기술 협력으로 연결돼야 한다.
기술 경쟁력의 토대인 인재 확보와 조직 운영도 중요한 과제다. 이 회장은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을 강조해왔으며, 삼성은 국적과 성별에 관계없이 인재를 확보하고 정기적인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는 등 인재 육성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핵심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최근 불거진 성과급 갈등은 조직 운영의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반도체와 모바일·가전 등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과제가 됐다. 실적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하지만, 사업부 간 보상 차이가 조직 전체의 협업을 저해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조직 간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보상 체계와 기업 문화를 마련해야 기술 중심 경영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의 경영 전략은 기술과 인재를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러한 전략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로 입증하는 일이다.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비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로봇·전장 등 신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워야 한다. 여기에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는 과제까지 풀어야 한다. 기술을 강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 우위를 시장 지위와 수익성으로 증명하는 것, 이것이 이 회장의 다음 4년을 가를 시험대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실제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비메모리와 완제품, 신사업까지 수익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조직 내부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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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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