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2공장 내달 착공 전망···1공장 연말 가동 앞둬엔비디아·브로드컴 등 빅테크 협력 확대···첨단 공정 수주 회복AI·HPC 중심 사업 재편 가속···수익성 개선·흑자전환 기대
수년째 적자에 시달려온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구체화하고 첨단 공정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동안 속도를 조절했던 미국 생산시설 투자까지 재개되면서 고객 확보와 수익성 회복을 동시에 추진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TSMC와의 격차가 여전한 만큼 수주 확대를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2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2공장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1공장이 올해 말 초기 가동을 앞둔 가운데 2공장 건설도 가시화하고 있다. 2공장은 약 25만㎡ 규모로 1공장보다 약 1.5배 크게 조성될 예정이며 목표 양산 시점은 2030년이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구축하는 최첨단 파운드리 생산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공사에 착수해 당초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대형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고 반도체 수요까지 부진해 가동 일정을 2026년으로 늦췄다. 투자 속도도 조절해 왔다.
최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 공정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 확충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도 첨단 공정 생산능력 증설이 고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확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AI 추론용 반도체 '그록(Groq) LP30'을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생산 사실을 공개했고 6월에는 양사가 차세대 파운드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브로드컴과의 협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7월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을 포함해 2030년까지 2000억달러 이상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 등에 삼성전자의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AMD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사 수 AMD CEO는 지난 7일 방한 당시 삼성전자와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3월 AI 인프라용 메모리 공급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다만 파운드리 수주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메모리 공급 관계를 위탁생산으로 넓힐 수 있을지가 향후 협력의 변수다.
삼성전자는 고객 구성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를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중심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HPC가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HP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에서 올해 28%로 높아졌다. 회사는 이를 2029년 6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당초 제시했던 2029년 목표치 40%를 크게 높인 것이다. 고객사 수도 2017년 대비 현재 약 3배로 늘었으며, 2029년에는 약 4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AI·HPC를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가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와 5나노 등 일부 공정의 신규 주문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상과 가동률 개선이 맞물리면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가격 인상만으로 흑자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수익성은 수주 물량과 가동률, 수율 개선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경쟁력 회복을 입증하기까지는 갈 길이 남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9%로, 72.5%를 차지한 TSMC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보다 1.8% 늘었지만 시장 전체의 성장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적자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수년째 영업손실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공정 수율 안정화가 늦어지고 고객 확보가 부진하면서 생산시설 가동률이 낮아져 고정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최근 수주와 가격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흑자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가동률과 수율 개선, 가격 인상 효과 등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생산거점 확충과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오는 29일 발표될 3분기 확정 실적에서 수익성 개선의 신호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는 4나노 공정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되고 2나노 GAA 수율도 70% 이상으로 개선되면서 첨단 공정의 양산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4나노 수율은 TSMC와 경쟁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고, 2나노 수율도 연초 50% 미만에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미국 대형 고객사 확보가 연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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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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