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 쇄신보다는 연속성 주목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강화계열사 통합으로 자본 효율화
SK그룹이 이르면 이번 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다음 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앞두고 주요 계열사 경영진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인사는 대규모 인적 쇄신보다 기존 경영 체제와 사업 전략의 연속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매각과 계열사 통합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온 SK그룹이 인공지능(AI)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성장 분야에 자본을 집중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이번 인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 달 12~14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주재로 CEO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해 올해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경영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르면 10월 마지막 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새 경영진이 전략 수립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에서는 리밸런싱을 주도해 온 최창원 의장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CEO들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최 의장은 2023년 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뒤 계열사 사업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 왔다.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기존 경영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사업 재편의 무게중심이 자산 정리와 비용 절감에서 성장 사업의 성과 창출로 이동하는 만큼 주요 경영진의 역할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CEO 세미나에서는 AI를 활용한 실질적인 사업 성과 창출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도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뜻하는 '도메인 지식'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는 도메인 지식 없이 AI만 도입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근 강연에서도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판단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 사업의 성과를 내려면 그동안 추진해온 리밸런싱의 결과를 실제 투자와 수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SK그룹은 최근 수년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계열사 통합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해 왔다. 사업 구조를 단순화해 비용을 줄이고, 확보한 자본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재배치하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계열사 간 사업 통합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를, SK에코플랜트는 SK에코엔지니어링을 각각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중복 기능을 줄이고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비핵심 자산 매각도 병행했다. SK㈜는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1%를 두산에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외부 자본을 유치해 성장사업의 투자 부담을 나누는 시도도 진행됐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사업을 분리해 신설 법인을 세우고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약 3조800억원을 유치했다. 연말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 SK디스커버리 등에 분산된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통합하는 법인 출범도 추진하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별 투자 구조를 정비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재편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하더라도 대규모 설비 투자와 전력·네트워크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AI 시장의 성장세에 기대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 대비 수익성을 입증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새 경영진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자금 조달 방안도 변수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복 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부 자본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AI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등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 역시 그룹 차원의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인사와 CEO 세미나는 SK그룹의 경영 기조가 구조조정 중심에서 성장 사업의 성과 창출로 얼마나 구체화할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밸런싱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AI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이를 지속적인 이익으로 연결할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그동안 자산 매각과 계열사 통합을 통해 사업 구조를 정리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자본을 성장 사업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AI 사업의 외형을 키우는 것을 넘어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새 경영진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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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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