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블랙웰 출시 지연 우려···삼성·SK하이닉스도 영향권?

설계 결함 이어 과열 이슈로

올해 말 출시, 또다시 지연될까

"호퍼 수요 등 영향 크지 않을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

엔비디아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지연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부 지연된다하더라도 전작인 '호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등으로 인해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21일(한국시간)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실적과 함께 엔비디아 경영진이 블랙웰 출시 연기설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이 과열 문제를 겪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정보기술(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빌려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설계된 서버 랙에 연결됐을 때 과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지연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블랙웰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처음 공개한 AI 칩으로 당초 올해 2분기 출시를 예고했었다. 다만 설계 결함으로 인해 올해 말로 출시가 이미 한차례 늦춰졌고 이후에는 서버 과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와 TSMC 간의 갈등설마저 흘러나왔지만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은 "가짜뉴스"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러다 이번주 초 재차 엔비디아 블랙웰의 과열 문제가 보도되자 출시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 AI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공존한다.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어 블랙웰 출시가 미뤄질 경우 실적 반영도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3E(HBM 5세대)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이지만, 블랙웰 출시 지연시 공급 시점이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다만 블랙웰 지연 가능성은 이미 예고됐던 바 있고 일부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수요는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미리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엔비디아 블랙웰 출시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달 말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엔비디아 블랙웰 출하 시기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일단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나 공급 시기 등은 저희가 원래 계획한 대로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더불어 델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CEO 역시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수십 개의 블랙웰 칩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최초의 B200 NVL72 서버 랙이 출하되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출시가 실제 지연된다고 하면 일부 영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마이클 델이 자신들의 서버 랙이 출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오래 지속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전작 호퍼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관련 코멘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