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영업익·순익 모두 최대HBM 매출 전년 대비 330%↑삼성 DS부문 영업익도 넘을 듯
SK하이닉스가 24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 5조7534억원(순이익률 3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올해 2분기 16조4233억원을 1조원 이상 넘어섰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의 기록을 훌쩍 넘겼다.
SK하이닉스 측은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및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당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거둔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도 뛰어넘은 성적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6조7628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을 넘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 DS부문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55억원가량 앞서 있었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세부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3분기 DS부문 영업익은 4조~5조원대로 추정된다. 만약 삼성전자 DS부문이 시장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가 2조~3조원가량 크게 앞설 것이라는 뜻이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호실적을 거둘 수 있던 배경에는 HBM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시장은 AI로 인해 회복세를 보였고 그 중심에는 HBM이 있다. SK하이닉스는 그중에서도 HBM 큰손인 엔비디아에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며 독주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HBM 5세대) 8단을 납품 시작한데 이어 지난달 말 HBM3E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HBM3E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HBM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의 독주는 올해 4분기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사상 최대치도 갈아 치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종전 연간 사상 최대치는 매출액 44조6212억원(2022년), 영업이익 20조8438억원(2018년)이다. 올해 연간 추정치는 매출액 66조6646억원, 영업이익 23조629억원으로 기존 최대치를 훨씬 웃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024년과 2025년 영업이익은 각각 23조1000억원, 35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2단 HBM3E는 올해 4분기부터 출하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분기에는 초기 비용 등의 영향이 일부 존재하나, 내년부터 12단 HBM3E 공급물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며 이익 기여도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HBM,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멀티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면서 내년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3E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당초 계획보다 증가된 수요를 모두 대응하기에 당사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가능한 빠르게 HBM3와 DDR4 등에서 활용되었던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의 생산은 줄이고 HBM3E 생산을 확대하는데 집중해 고객 추가 수요에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2025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고객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되고 있고 앞으로 컴퓨터 파워의 요구량 증가, 계산 지원 능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반도체,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HBM 6세대인 HBM4와 관련해서는 "I/O(입출력 단자) 개수가 두배로 늘어나고 저전력 성능을 위해 새로운 스킴이 적용, 처음으로 로직파운드리 활용하는 등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따라서 기존의 테스트 범위를 넘어 훨씬 더 깊이 있는 기술 교류가 필요, 파운드리 파트너사와 원팀 체계를 구축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발전하는 AI향 반도체 기술 속도에 맞춰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앞으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이에 적기에 안정적인 품질의 HBM4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이미 안정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1b나노,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준비 중이고 예정대로 2025년 하반기 고객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D램은 기존 HBM3에서 HBM3E 8단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을 지속하고 있고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은 4분기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에서도 SK하이닉스는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No.1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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