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는 필리로 확장, HD현대는 신설로 승부···美 조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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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필리로 확장, HD현대는 신설로 승부···美 조선 경쟁

등록 2026.10.26 15:34

김제영

  기자

한화, 필리조선소 50억달러 투자···연간 건조능력 최대 20척 목표HD현대, 디지털 트윈·로봇 용접 도입···2029년 가동 목표초기 건조 물량·외부 수주 확보 관건···투자 회수·생산성 입증 과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미국 조선업 재건 시장에 뛰어든 한화와 HD현대가 서로 다른 출발선을 택했다. 한화는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확장해 기존 생산기반을 키우는 반면 HD현대는 새 조선소를 지어 생산체계부터 다시 설계한다. 한화가 기존 시설의 증설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면 HD현대는 대규모 초기 투자를 감수하고 신규 생산거점을 안착시켜야 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미국 건설·인프라 기업 키윗과 합작 조선소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 명칭은 HD키윗조선(HD Kiewit Shipbuilding)이다. 내년 착공해 2029년 본격 가동이 목표로, 현지 고용 규모는 약 3000명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HD현대가 미국 내 자체 생산기반을 직접 구축하려는 시도다. 키윗은 계열사를 통해 해양 플랜트용 대형 구조물 제작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산업 인프라와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의 기반으로 꼽힌다.

HD현대는 디지털 트윈과 로봇 용접 등 자동화 기술을 적용한 '미래 조선소(Future of Shipyard)'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을 운영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숙련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가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만큼, 자동화 중심의 생산체계를 구축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영역은 완성 선박 건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양사는 군수 지원선과 상선 건조를 비롯해 미국 내 다른 조선소에 공급할 선박 블록·모듈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블록·모듈 공급은 완성 선박 건조와 별개로 현지 조선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다. 구체적인 생산 품목과 공급처가 확정되면 신규 조선소의 선박 건조체계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도 사업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련 사업의 구체적인 범위와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조선소 입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양사는 기존 산업용 부지를 활용해 심해 접근성과 멕시코만으로 연결되는 해상 물류 여건을 갖춘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최종 입지와 투자액, 합작법인 지분 구조, 연간 건조능력 등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합작법인을 통해 첨단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신규 조선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미국 내 선박 건조역량을 확충해 미국 조선사업 재건에 기여할 예정"이라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조 단위 투자 계획 등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현지의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2024년 약 1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이후 시설 현대화와 인프라 확충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크와 안벽을 추가하고 블록 조립시설을 확충해 기존 연간 건조능력을 2척에서 장기적으로 최대 20척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화의 강점은 이미 운영 중인 조선소와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지 조성과 설비 구축, 인력 확보 등 신규 조선소가 거쳐야 할 초기 단계를 일부 줄일 수 있다. 한화는 여기에 국내에서 축적한 생산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해 필리조선소의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발주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해운은 한화 필리조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발주했으며, 중형 유조선·화학제품운반선도 최대 10척 규모의 건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 계열사 간 발주를 바탕으로 미국 현지 건조 기반을 구축하고, 한화오션의 기술과 생산 경험을 현지로 이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한화 역시 투자 계획을 실제 생산성과 수익성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건조능력을 장기적으로 확대하더라도 발주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생산 효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증설 규모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수주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HD현대는 신규 조선소의 사업성을 구체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입지와 투자 규모, 생산능력 등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초기 건조 물량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스마트 생산체계를 앞세우더라도 실제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발주처를 마련해야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블록·모듈 공급 등 완성 선박 건조 이외의 사업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도 초기 사업 기반을 좌우할 변수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은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업 성과를 입증하는 단계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화는 기존 조선소의 증설 효과와 생산성 개선을 보여줘야 하고, HD현대는 신규 조선소의 투자 계획과 초기 물량을 구체화해야 한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수요를 선점하더라도 안정적인 발주 물량과 생산 효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를 수익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신규 조선소의 초기 물량 확보와 사업 계획 구체화가, 한화는 기존 조선소의 생산성 개선과 증설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각각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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