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2상서 기존 CLDN18.2 치료 경험 유무별 위암 환자군 분리 평가다케다·AZ 3상 생존기간 개선 속···전임상 안전성·약효 앞세워 후속 치료 대안 모색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위암·췌장암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LCB02A'를 앞세워 기존 표적치료제 투여 이후 재발하거나 병이 진행된 환자군의 후속 치료 가능성을 본격 검증한다. 동일한 표적을 겨냥한 글로벌 제약사의 선행 ADC 후보물질이 잇달아 임상 3상 생존기간 개선 데이터를 내놓는 가운데, 리가켐바이오는 이전 치료 이력별로 환자군을 세분화한 임상 설계를 통해 틈새시장 공략과 약물 차별화에 나섰다.
26일 리가켐바이오가 공개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6) 발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학회에서 LCB02A의 전임상 연구 성과와 글로벌 임상 1/2상 설계(Trial in Progress)를 담은 포스터 2건을 발표했다. 이번 임상 설계의 핵심은 클라우딘18.2(CLDN18.2) 표적치료제를 투여받은 뒤 질환이 다시 진행된 환자들을 별도 코호트(집단)로 분리해 약효를 확인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 2상은 ▲CLDN18.2 표적치료 경험이 있는 위암·위식도접합부암 ▲해당 표적치료 경험이 없는 위암·위식도접합부암 ▲췌장암 ▲기타 CLDN18.2 발현 고형암 등 4개 환자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코호트당 약 29명의 환자를 모집해 항종양 효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기존 표적항체 치료에 실패한 환자군에서 마땅한 CLDN18.2 표적 후속 대안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선행 치료 유무에 따른 반응률을 정밀하게 비교하려는 포석이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등재된 이번 글로벌 임상 1/2상(NCT07460375)은 표준치료에 실패한 CLDN18.2 양성 진행성 고형암 환자 최대 191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북미 주요 임상기관에서 첫 환자 투여가 이뤄졌으며, 현재 미국·캐나다·한국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LCB02A 단독요법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해 2상 권장용량(RP2D)을 확정한 뒤, 2상 단계에서는 참여 병원을 최대 20곳까지 확대해 환자군별 유효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현재 CLDN18.2 표적치료는 위암 1차 치료 영역에 안착한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10월 일본 아스텔라스의 단일클론항체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을 HER2 음성 및 CLDN18.2 양성 진행성 위암·위식도접합부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했다. 빌로이 처방이 늘어날수록 1차 치료 이후 내성이 생긴 환자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어, 항체 단독이 아닌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을 결합한 ADC가 이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는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다만 이번 임상에서 검증하는 후속 치료의 범위는 항체 치료제 등 비(非)Topo1 기반 치료 이후로 한정된다.
LCB02A는 암세포 표면의 CLDN18.2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에 리가켐바이오의 고유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을 적용해 Topo1 억제제 계열 페이로드인 엑사테칸(exatecan)을 결합한 후보물질이다. 기존 미세소관 저해제 중심이던 파이프라인에서 페이로드를 다변화해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를 극대화했다.
이번 ESMO 2026에서는 같은 CLDN18.2 표적을 겨냥한 글로벌 선두권 ADC의 임상 3상 성적표도 나란히 베일을 벗었다. 다케다와 중국 이노벤트가 공동 개발하는 'TAK-921(개발코드명 IBI343, 성분명 아르코타투그 타바테칸)'은 LCB02A와 마찬가지로 엑사테칸을 페이로드로 사용한다. 다케다가 지난 23일 공개한 임상 3상(G-HOPE-001)의 두 번째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에서 기존 2~4차 전신치료를 거친 CLDN18.2 고발현(종양세포 75% 이상 발현) 위암·위식도접합부암 환자 464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TAK-921 투여군이 10.2개월로 전문의 선택 화학요법 대조군(6.9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3%(위험비 0.57) 낮췄다. 독립 방사선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역시 7.1개월 대 3.1개월(위험비 0.45)로, 앞서 진행한 1차 중간분석에 이어 OS와 PFS 두 가지 일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도 25일 미세소관 저해제(MMAE) 페이로드를 적용한 CLDN18.2 ADC '소네시타투그 베도틴(개발코드명 AZD0901)'의 글로벌 임상 3상(CLARITY-Gastric01) 상세 데이터를 발표했다. 종양세포의 25% 이상에서 CLDN18.2가 발현된 환자를 등록한 이 시험에서, 공동 일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3차 이상 치료 환자군의 OS 중앙값은 투여군 10.0개월, 대조군 5.0개월로 사망 위험을 53%(위험비 0.47) 줄였다. 주요 이차 평가변수인 2차 이상 전체 환자군(ITT)의 OS 중앙값도 10.6개월 대 6.4개월(위험비 0.58)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며, CLDN18.2 발현율 25% 이상~75% 미만 집단과 75% 이상 집단 모두에서 일관된 생존 연장 경향이 관찰됐다. 그러나 또 다른 공동 일차 평가변수였던 독립 중앙평가 기준 전체 환자군의 PFS 중앙값은 4.2개월 대 3.8개월(위험비 0.77, P=0.05)에 그쳐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경쟁 약물이 대규모 3상 데이터를 통해 생존기간 개선 폭과 표적 발현율 기준을 제시하며, 후발 주자인 리가켐바이오로서는 초기 임상 단계부터 기존 치료 이력별 객관적반응률(ORR)과 반응지속기간(DoR),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확실한 우위 요소를 축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물론 임상 단계와 표적 발현율 선정 기준, 대조군 설정 등이 서로 달라 개별 임상의 생존기간 수치만으로 후보물질 간 우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리가켐바이오가 내세우는 핵심 차별화 카드는 정밀한 링커·접합 기술이다. LCB02A는 종양 조직 내에서만 선택적으로 절단되는 베타-글루쿠로나이드(β-glucuronide) 링커와 부위특이적 접합 기술을 결합해 항체 1개당 정확히 4개의 약물이 붙는 균일한 약물·항체 비율(DAR 4)을 구현했다. 같은 엑사테칸 페이로드를 쓰더라도 혈중에서 약물이 조기에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막아 독성은 낮추고 종양 내 약물 전달 효율은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학회에서 공개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CLDN18.2가 발현된 위암 및 췌장암 세포주 유래 이종이식(CDX) 동물모델에 LCB02A를 단 1회 투여한 결과 53일의 관찰 기간 내내 종양 증식이 억제됐으며, 위암 모델에서는 저용량 투여군에서도 종양 크기가 축소된 채 유지됐다. 특히 페이로드 단독 투여 시 손상이 나타났던 정상 혈액세포(조혈모세포)에서 뚜렷한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설치류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반복투여 독성시험에서도 우수한 혈중 안정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비임상 단계에서 확인한 넓은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가 실제 환자 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과 안전성으로 재현되는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LCB02A는 리가켐바이오의 R&D 전략 변화를 상징하는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회사는 지난달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글로벌 독점 권리를 보유한 LCB02A를 B7-H4 표적 ADC 'LNCB74'와 함께 자체 임상 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중점 투자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초기 단계 기술이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글로벌 임상 1/2상을 주도해 신약 파이프라인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CLDN18.2 치료제를 사용한 뒤 병이 다시 진행된 환자에게는 CLDN18.2를 겨냥한 후속 치료 옵션이 없어, LCB02A가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되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라면서 "임상은 미국·캐나다·한국에서 진행 중이며, 2상에서는 참여 병원을 최대 20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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