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장보다 주주가치 챙긴 SK하이닉스···솔리다임 대규모 증설은 무슨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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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주주가치 챙긴 SK하이닉스···솔리다임 대규모 증설은 무슨 돈으로

등록 2026.10.23 10:37

신지훈

  기자

솔리다임 외부 자금 조달 계획 무산생산능력 확충 위한 다양한 방안 검토주주환원과 기술 투자 병행 필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 검토를 중단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 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기조, 증시 여건 악화가 맞물리면서 상장 추진 카드를 접은 것이다.

문제는 성장 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 확대에 대응하려면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이 보류되면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투자 재원과 기존 주주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IPO 추진 검토 중단을 공식화 했다. 회사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30일 177만6000원에서 이달 22일 122만3000원으로 약 31% 하락했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솔리다임의 별도 상장까지 추진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확대될 수 있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주주 92명의 의견을 모아 회사와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중복상장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국내 상장뿐 아니라 해외 자회사·손자회사 상장에도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등 관련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 추진에 필요한 절차적 부담도 커졌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IPO를 강행하기보다 자금 조달 전략을 재검토하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중단이 곧 투자 부담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솔리다임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생산시설 투자와 기술 경쟁력 강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EBS

당초 IPO 검토의 목적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솔리다임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에 필요한 투자 부담을 분산하고, SK하이닉스의 자금을 핵심 메모리 사업과 주주환원에 배분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별도로 평가받아 성장 잠재력을 부각한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 투자와 주주가치를 함께 높이려던 구상은 일단 보류됐다.

이제 관건은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가장 직접적인 대안은 SK하이닉스가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다만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HBM과 서버용 D램 등 주력 제품의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솔리다임의 투자 비용까지 모회사가 부담하면 자금 배분의 우선순위를 놓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무 여력이 있더라도 여러 사업의 투자 수요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자체 자금 투입만으로 모든 부담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부 투자 유치나 차입을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IPO 대신 재무적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상장에 따른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면서 투자 부담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지분을 배분할 경우 향후 사업 성과에 따른 이익을 나눠야 하고, 차입을 선택하면 이자 비용과 재무 부담이 늘어난다. 외부 조달 방식과 조건에 따라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도 달라질 수 있어 주주가치 논란을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투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양날의 검이다.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증설이 늦어지면 고객 수요에 대응할 생산능력 확보와 시장 선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자금 부담을 줄이려다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솔리다임의 증설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AI 인프라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와 함께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eSS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적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면 현지 고객 대응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투자 필요성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IPO 중단은 성장 투자와 주주가치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멈췄지만 솔리다임의 투자 수요는 그대로 남았다. SK하이닉스가 자체 자금 투입과 외부 조달, 투자 시기 조정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솔리다임의 성장 속도와 모회사 주주환원 여력이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어떻게 지킬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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