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개인 컬렉션에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KH 컬렉션이 남긴 것

산업 재계 이건희 6주기 ④

개인 컬렉션에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KH 컬렉션이 남긴 것

등록 2026.10.23 16:00

신지훈

  기자

2만3000여 점 기증···이건희 컬렉션, 국민 품으로겸재 정선부터 모네·피카소까지···국내외 전시로 한국 미술 위상 제고관람객 350만명 넘어···기증 넘어 보존·연구·향유의 유산으로

편집자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6년이 됐다. 그가 남긴 유산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기술력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은 경영 원칙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재를 키우고 조직을 바꾸는 데 쏟은 노력,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사회와 나눈 선택도 그의 경영을 설명하는 한 축이다.
삼성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지금 이건희 시대의 성과는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현재를 비추는 기준이 된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를 맞아 반도체 초격차의 형성 과정과 신경영의 유산, 이재용 회장 체제의 과제, KH 컬렉션의 사회적 가치를 네 편에 걸쳐 짚어본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왼쪽 두번째)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왼쪽)이 2004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관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왼쪽 두번째)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왼쪽)이 2004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관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이다.(2004년 리움전시회 개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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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선대회장이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이 국가에 기증됐다

기증품은 한국 전통미술부터 서양미술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전환돼 국민이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숫자 읽기

2021년 4월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

국내 순회전 누적 관람객 350만명 넘어

기증품 전시가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대

향후 전망

기증품 전시가 해외 주요 박물관에서도 열렸다

한국 미술의 역사와 예술적 성취를 국제적으로 소개

대중문화와 함께 한국의 미적 전통과 예술적 성취를 알릴 기회로 작용

주목해야 할 것

기증의 의미가 지속되려면 작품 보존·연구와 전시 성과 축적 필요

KH 컬렉션은 국민의 문화 향유와 한국 미술의 국제적 소개로 연결

문화 후원의 사례로 남을 것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작품, 모네와 피카소의 그림까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은 한국 전통미술부터 근현대미술, 서양미술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유족이 이 가운데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개인의 소장품은 국민이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바뀌었다.

2021년 4월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의 컬렉션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방대한 소장품이 공공기관으로 이전되면서 국민 누구나 작품을 접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개인이 소유하던 미술품을 사회와 나눈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연구를 통해 작품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증품은 한국 미술의 여러 시대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회화와 서화,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한국 미술의 흐름과 성취를 조명하는 자료가 됐다. 해외 거장의 작품도 포함돼 있어 한국 미술과 서양미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정 작가나 시대에 한정되지 않은 컬렉션이라는 점은 전시와 연구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요소다.

기증의 효과는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기증품 전시는 서울에서 시작해 광주·대구·청주·제주 등 전국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의 일부 관람객에게 집중될 수 있었던 주요 작품을 지역에서도 감상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삼성 측에 따르면 국내 순회전의 누적 관람객은 350만명을 넘어섰다. 기증 이후 작품이 수장고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과 만나는 전시로 이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컬렉션의 무대는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해외 주요 박물관에서도 한국 미술의 역사와 예술적 성취를 소개하는 전시가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과 시카고미술관 등을 거쳐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도 한국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해외 관람객이 한국의 문화유산을 직접 접하고 시대별 미적 감각과 예술적 흐름을 살펴볼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해외 전시의 의미는 한국 미술 작품을 외국에 소개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려청자와 조선시대 서화, 근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주면 한국 예술이 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했는지를 전달할 수 있다. 개별 작품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미술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해외 주요 문화기관이 한국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하는 것은 국제 관람객과 연구자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가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넓혀온 가운데 미술과 문화유산은 그 관심을 역사와 예술에 대한 이해로 확장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인기가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면 문화유산은 한국의 미적 전통과 시대별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KH 컬렉션의 해외 전시는 한국 문화의 현재뿐 아니라 그 배경에 놓인 역사적 깊이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작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연구할 기반을 마련하는 일,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 국경을 넘어 그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증 이후 국내 순회전과 해외 전시가 이어진 과정은 개인의 소장품이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다만 전시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작품을 지속적으로 보존·연구하고 전시 성과를 축적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소장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학술적 연구와 보존 체계를 강화해야 기증의 의미도 오래 이어질 수 있다. KH 컬렉션은 개인의 수집 활동을 넘어 국민의 문화 향유와 한국 미술의 국제적 소개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문화 후원의 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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