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천궁·K2 국산화율 90% 시대···수출·생산 흔드는 '숨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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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K2 국산화율 90% 시대···수출·생산 흔드는 '숨은 5%'

등록 2026.10.22 15:26

이건우

  기자

국산화율 높아도 핵심부품 외산 의존은 여전政, 부품별 공급망관리계획 제출 의무화수출 늘수록 핵심부품 공급망 관리 중요해져

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챗GPT 활용)


국내 주요 무기체계의 국산화율이 90% 안팎까지 높아졌지만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은 여전하다.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부품 5%가 생산과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국산화율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공급망 취약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3월 발간한 '2026 대한민국 재정'에 따르면 국내 방산물자의 완성장비 국산화율(2024년 기준)은 88.0%로 집계됐다. 2017년 69.8%에서 18.2%포인트 상승했지만 2023년 89.6%보다는 1.6%포인트 낮아졌다. 분야별로는 통신·전자(96.9%)와 화력(92.2%)이 높았고 유도무기(81.1%)와 항공(62.5%)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완성장비의 국산화율이 높아졌다고 핵심 부품의 공급망까지 안정된 것은 아니다. 특정 부품을 해외 기술이나 공급처에 의존하면 단종이나 납기 지연만으로도 무기체계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부품 공급망 관리에 나선 것도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1월 시행된 '방위산업물자 및 방위산업체 지정 규정'에는 방산물자 지정 과정에서 부품별 공급망 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품 단종이나 납기 지연에 따른 수급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유도무기와 지상무기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진전됐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의 천궁-II 국산화율은 약 95%, 신궁은 약 90%다. 현궁도 개발 당시 국내 기업 270여 곳이 참여해 핵심 구성품 11종을 국산화했다. 신궁은 2014년 유도무기의 핵심인 탐색기를 독자 개발하는 등 기술 자립 범위를 넓혔다.

K2 전차도 주요 부품의 국산화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밝힌 부품 국산화율은 약 90%다. 국내 4차 양산분부터 국산 변속기가 적용될 예정이다. 국산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의 국내 공급 기반도 강화될 전망이다.

부품 국산화가 수출 제약까지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로템이 지난 3월 공개한 중동형 K2 전차는 외국산 부품의 원천기술과 수출 승인 조건이 해외 시장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도 핵심 부품의 기술이나 수출 통제 권한을 해외 업체가 보유하면 수출 대상국과 사업 일정이 제약받을 수 있다.

K9 자주포용 국산 엔진은 해외 기술 의존을 낮춘 사례다. 정부와 업계는 321억원을 투입해 1000마력급 디젤엔진을 개발하면서 핵심 부품 약 500종을 국산화했다. 엔진은 2024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이집트가 요구한 1만㎞ 내구도 시험도 통과했다. 외국 원천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여 부품 조달 안정성을 높이고 수출 과정의 승인 제약을 완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항공 분야는 기술적 난도가 높아 국산화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은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통합전자전 체계 등 주요 항전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양산 1호기 기준 국산화율 목표는 65%다. 무기체계마다 기술 수준과 부품 구성이 다른 만큼 완제품 국산화율만으로 기술 자립도와 공급망 안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산화율 산정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현행 지표는 조달 가격에서 외화 지출액 등을 기준으로 국산화 비중을 계산한다. 국내 생산요소의 투입 정도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핵심 기술의 내재화 수준이나 대체 공급처 확보 여부까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핵심 소재나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면 공급망 위험은 남는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위산업학회지에 게재된 '한국형 방위산업 자립도 지표 설정 연구'(고동현·신채이·장원준 저)도 기존 지표의 한계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산화율 산정에 재료비뿐 아니라 노무비와 경비 등이 포함돼 실제 소재·기술 자립 수준보다 국산화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이 K2 전차 3차 양산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의 'X전차'를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의 완성장비 국산화율은 84%였다. 기술·부품·소재를 종합한 자립도는 58.9%, 소재 자립도는 39.3%로 나타났다. 실제 K2의 자립도를 뜻하는 수치는 아니다. 서로 다른 평가 방식에 따라 국산화율과 자립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국산화는 '자립도'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방산 자립도는 공급망 구조와 소재·기술의 내재화 정도, 단일 국가 의존도와 대체 가능성까지 복합적으로 평가해야 숨겨진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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