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5거래일째 하락에도 장기전 우려 여전물가·금리 부담 지속···은행·보험업종 주목반도체·화장품 실적주 선별···정유·방산도 수혜
끝날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고유가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어서다. 증권가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와 금리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실적 개선이 뚜렷하거나 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현재 미국과 이란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와 미 해군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맞섰다. 후티 반군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면서 원유 수송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최근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가 커진 데다 원유 공급 우려도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2%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만으로 중동발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최근 종료 시점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룬 점에 주목했다. 이란도 지난 9일 해상 통제 구역을 오만해와 아라비아해 일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내 증시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9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7일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까지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 최근 진정된 유가가 재차 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유가가 이어지면 코스피의 업종별 차별화도 짙어질 전망이다. DB증권은 유가 상승 이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보험과 은행 등 금리 상승 수혜 업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 종목으로는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와 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이 있다. 성장주에서는 높은 유가와 금리 부담을 견딜 만큼 이익 개선이 뚜렷한 종목으로 관심이 좁혀질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유·방산·건설도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iM증권은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원유 구매력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원유 조달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산업체는 중동의 방공망 수요 확대와 미국 업체들의 공급 여력 부족이 수주 기회로 이어질 수 있고 건설업체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복합화력발전·원전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용으로 직결되는 업종은 부담이다. 한국전력은 두바이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3분기부터 연료비 상승이 영업이익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전 확대와 인공지능(AI)·반도체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장기 성장 기대와 별개로 고유가는 단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8일 개막한 제81차 유엔총회가 22일 일반토의에 들어가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모두 뉴욕을 찾는 만큼 양국 간 접촉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협상이 진전되면 국제유가가 안정을 이어갈 수 있지만 충돌이 격화할 경우 원유 공급 불안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투자전략 관점에서 향후 상당 기간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수혜주와 실적 개선이 뚜렷한 성장주로 투자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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