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국방 AI 역량 강화 주문미국 방산시장 확장에 22억달러 투자한화시스템, AI 기반 통합방공체계 개발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대규모 탄약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자주포·함정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방산 역량을 연결하는 '국방 AI'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대와 첨단 방산 기술 확보를 병행하며 세계 최대 방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아스널(PBA)에서 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향후 7년간 22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첨단 탄약 제조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해당 부지에 155㎜ 포탄 구성품과 추진 장약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탄약 생산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제조체계를 구축해 미국 내 탄약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지 탄약산업 현대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400개 이상의 현지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현지 사업 확대는 지상·해양 방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달 미 육군과 최대 2억6290만달러(약 3715억원) 규모의 기동전술화포(MTC) 사업 시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미국 포병 현대화 사업에 진입한 첫 사례로, 향후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 규모가 약 10조원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해양 방산에서도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시험 계측선 2척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해상 자율운항 스타트업 마그넷 디펜스와 중형 무인수상정(MUSV) 개발에도 나섰다. 이달 중 건조에 착수해 내년 1월 시험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필리조선소 지분 60% 전량을 한화디펜스USA와 한화그룹 북미 투자 플랫폼(HFP)이 출자한 한화디펜스USA 쉽빌딩 LLC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지상무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한화디펜스USA가 해양 방산까지 아우르는 현지 사업 주체로 역할을 확대하는 구조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 방산 사업의 외연을 넓히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은 22일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을 찾아 그룹 방산의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올해 1월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한 이후 두 번째 현장 경영 행보다.
구미사업장은 레이다와 전자광학, 함정전투체계 등 핵심 방산 전자장비를 개발·생산하는 한화시스템의 핵심 거점이다. 지난해 12월 약 2800억원을 투자한 신사업장을 준공했으며 기존 사업장의 2배 규모인 8만9000㎡ 부지에 약 1500평 규모의 클린룸과 첨단 생산·시험시설을 갖췄다.
김 회장은 이날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의 핵심 센서인 다기능레이다(MFR) 조립·시험 현장을 비롯해 대형 근접전계시험장을 둘러봤다. 천궁-II MFR과 KF-21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 등 주요 레이다의 시험·검증 역량도 점검했다.
특히 김 회장이 강조한 것은 AI를 통한 그룹 방산 역량의 연결과 체계통합이었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만드는 육·해·공·우주의 핵심 전력을 AI 지휘통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한화시스템은 한화 방산의 두뇌이자 신경망"이라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국방 AI 역량을 키워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AI 기반 통합방공체계는 레이다와 전자광학센서 등 각종 감시체계와 대공포·유도무기를 연결해 복합적인 위협에 대한 판단과 대응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천궁-II 다기능레이다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수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구미사업장을 두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한화 방산의 수출 전진기지이자 기술혁신의 거점으로 성장했다"며 "단순한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한화의 모든 방산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평가했다.
한화가 미국에서 생산·수주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그룹 내부에서는 한화시스템을 중심으로 육·해·공·우주 전력을 연결하는 AI와 체계통합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 생산기지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하드웨어'라면 국방 AI는 이를 묶어 하나의 방산 솔루션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맡는 셈이다.
김 회장의 구미사업장 방문에는 김동관 한화 수석부회장과 양기원 한화시스템 대표이사 등이 동행했다. 한화가 미국 현지에서 탄약부터 자주포·함정·무인수상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그룹 방산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AI와 체계통합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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