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주목두산 및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만남 예고AI 투자 조정 이후 한국에서 기회 모색
세계적인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이 한국을 찾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두산그룹 주요 경영진과의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그의 방한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론을 제기하며 AI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였다고 밝힌 드러켄밀러가 오히려 한국에서는 반도체와 에너지·발전설비 등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드러켄밀러 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두산 및 두산에너빌리티 고위 경영진과 만날 계획이다. 방한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쿠팡 경영진과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드러켄밀러 회장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전력·발전설비 등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사업 경쟁력과 투자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드러켄밀러 회장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에 상당한 투자 포지션을 두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과 직접 만나 투자 기회를 살펴보는 셈이다.
특히 두산과의 회동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설비와 전력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AI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연결고리가 강해지고 있다.
드러켄밀러 회장이 최근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듀케인패밀리오피스는 올해 1분기 아르헨티나 석유·가스 생산업체 YPF 지분을 1억2700만달러(약 1800억원) 이상 확보했고, 멕시코 에너지 기업 비스타에너지에도 새롭게 투자했다.
두산이 생산하는 AI 반도체용 기판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사업도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드러켄밀러 회장이 에너지 분야로 투자처를 넓히는 가운데 두산 경영진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과의 만남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드러켄밀러 회장은 최근 AI 투자 열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자 행사에서는 "AI산업 투자 규모를 6개월 전의 20%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자체는 줄이면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을 직접 찾는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그의 투자 전략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AI 자체의 성장성보다는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와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AI 모델과 서비스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고성능 메모리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이지만 AI 인프라 확대라는 큰 흐름에서는 연결되는 사업들이다.
드러켄밀러 회장은 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자로 꼽힌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예측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결국 이번 방한의 관전 포인트는 드러켄밀러 회장이 실제로 어떤 국내 기업에 투자하느냐에만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과열론을 제기한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에서는 반도체와 전력·에너지 기업을 연이어 살펴본다는 점에서 AI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산업과 기업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과 발전설비 등 인프라 산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드러켄밀러 회장의 이번 방한에서도 AI 산업 자체뿐 아니라 AI 공급망 전반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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