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동산 자금 자본시장으로···"세제혜택·정보확대 필수 조건"

증권 투자전략

부동산 자금 자본시장으로···"세제혜택·정보확대 필수 조건"

등록 2026.09.18 14:53

김호겸

  기자

장기 국내주식 투자 유인 확대·ISA 세제 지원 제시중소형주 가격발견 취약···기관·애널리스트 역할 강조벤처자금 선순환 위해 세컨더리·기관 참여 확대 제언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년 기념 컨퍼런스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 -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년 기념 컨퍼런스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 -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생산적 금융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으로 자금 공급 규모보다 자본시장의 연결 기능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동산에 머무는 가계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가려내 자금을 배분하고 이를 다시 회수·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를 주제로 개원 29주년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해 장기 자금이 증시의 안정적인 수급 기반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 세제도 오래 보유할수록 더 큰 보상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관계 부처와 함께 고민하겠다"며 "코스닥에도 연기금과 정책자금 등 기관의 장기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머문 가계자금···장기투자 세제로 머니무브

이날 행사에서는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홍병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세연구팀장은 가계 자금을 어떻게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킬 것이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진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거 가계의 부동산 선호가 단순한 투자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별 수익률과 세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세금과 기회비용을 반영한 20년 연평균 수익률은 서울 부동산이 11.6%로 가장 높았다. 전국 부동산이 7.2%, S&P500이 7.1%로 뒤를 이었고 코스피는 6.0%, 공모펀드는 5.7%, ELS는 2.1%였다. 위험과 수익을 함께 반영해 산출한 최적 포트폴리오에서도 부동산 비중은 67.1%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가계의 부동산 보유 비중 64.5%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를 그대로 두면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자금을 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부동산과 금융투자상품 간 세제 격차를 줄이고 국내 주식의 장기 보유 유인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 처분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거나 ISA 혜택을 확대하고 국내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세제상 보상이 커지는 구조 등이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자금을 증시로 옮기는 것만으로 생산적 금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자금이 실제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향하려면 주가가 기업의 미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 일본 상장기업을 비교한 결과 국내 증시에서는 이 같은 가격의 정보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 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주가가 높은 기업의 투자 확대가 이후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된 반면 한국에서는 주가가 미래 수익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투자 증가도 향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관찰됐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중소형 상장기업에서 두드러졌다.

반대로 기관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거나 해당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을수록 주가와 미래 수익성의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형 상장기업에 대한 리서치 지원과 공시·회계 품질 개선, IR 및 실적전망 공시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년 기념 컨퍼런스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 -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 패널토론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호겸 기자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9년 기념 컨퍼런스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 - 생산적 금융 전환 과제' 패널토론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호겸 기자

"자금 규모보다 연결"···선별·평가·회수까지 바꿔야

패널토론에서는 생산적 금융 정책이 자금 조성 규모 자체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자금을 더 조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계 저축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킨 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고 이를 회수·재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기업 선별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규모만 확대할 경우 자금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중소형주의 정보 생산 유인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1년 동안 증권사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는 기업 비중이 60%를 웃돈다"며 "공시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리서치 등 시장 내 정보 생산 기반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진 한양대학교 교수는 자금 공급 주체인 금융회사의 유인 구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 신용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개별 금융회사에는 합리적인 선택이더라도 경제 전체로는 생산적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는 회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기백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은 "정책의 성과를 펀드 결성과 투자액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투자금이 얼마나 원활하게 회수돼 다시 벤처기업으로 흘러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며 "특히 코스닥을 단순한 상장 시장이 아닌 기업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며 성장하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기관투자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은 이 같은 회수 구조를 뒷받침할 방안으로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만기를 맞은 펀드의 회수 어려움을 단순한 만기 연장으로 해결하기보다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와 펀드 규약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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