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송이·한우까지···33개 지역 맛집 '프리미엄 라면' 승부5회째 방문객 23배 증가···80개국 1203팀 글로벌 경연 도전농심-구미시 지역 상생 '결실'···경제 효과 30억원 창출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가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지역경제와 관광을 연결하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5만명이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4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농심과 구미시는 올해 '프리미엄 라면'을 앞세워 축제의 차별화를 꾀하고 지역 음식점과 농가의 참여를 확대했다. 축제 흥행을 지역 상권의 매출 증대와 관광 활성화로 연결해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적인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6일 개막한 '2026 구미라면축제'는 이날 8일까지 사흘간 경북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475m에 달하는 도심 거리에 지역 음식점 33곳이 참여하는 라면레스토랑을 조성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갓라면을 판매하고 세계 각국의 셰프들이 참여하는 요리 경연을 개최하는 등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라면을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파크라운지에서는 다양한 라면 스프를 조합하는 '스프LAB'과 셀프조리존을 운영한다. 라면메이커스랩에서는 토핑과 스프를 직접 골라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고 셀프쿡라운지에서는 방문객이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라면을 테마로 한 공예품을 만드는 'Ra-뜰리에'와 버스킹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거리마다 '길라' 한 그릇···475m 라면거리서 즐기는 이색 미식
구미라면축제 현장은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구미역에서 이어지는 라면거리에는 음식점마다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섰다. 라면을 손에 들고 이동하거나 길가에 자리를 잡고 먹는 이른바 '길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가지 라면을 먹고 다른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방문객들이 이어지면서 구미 도심은 거대한 야외 라면 식당을 방불케 했다.
가장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진 곳은 농심의 '갓랜드'였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일반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축제 현장으로 직접 운송해 판매하는 공간이다. 갓라면을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4~5시간에 달했다. 구매 대기줄은 판매 공간을 벗어나 길게 이어졌고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온 70대 방문객은 "갓라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맛볼 기회라고 생각해 4시간을 기다렸다"며 "처음에는 구매 제한이 없었는데 사람이 몰리면서 1인당 2묶음까지만 살 수 있게 돼 아쉽지만 내년에도 다시 방문해서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갓라면을 구매하려는 방문객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면서 장시간 대기에 따른 불편도 잇따랐다. 한 방문객은 안전요원에게 남은 대기시간을 물었다가 앞으로 2시간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항의하며 줄을 이탈했다. 농심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린 만큼 축제 기간 라면 판매 물량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판매 공간과 운영 인력을 확충해 방문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음식점 33곳이 참여한 라면레스토랑에서는 올해 축제의 주제인 '프리미엄 라면'을 선보였다. 복어와 송이버섯, 한우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중심이다. 한우소찌개라면은 1만원, 송이능이산중라면과 복튀김 생참복라면은 각각 1만2000원에 판매됐다. 통오징어전복해물라면은 9500원, 지중해토마토라면은 7500원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를 마련했다.
여러 종류의 라면을 맛볼 수 있도록 양을 줄인 '반띵라면'도 운영했다. 방문객들이 한 그릇을 모두 먹지 않고도 다른 음식점의 메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리미엄 야외주방인 '키친테이너'에서는 라면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라면업계 경쟁사 관계자들도 축제를 찾았다. 현장 방문을 목적으로 구미를 찾은 이들은 '한우소찌개라면'과 '지중해토마토라면'을 주문해 맛보는 등 축제에 마련된 이색 메뉴를 살펴봤다.

구미라면축제를 찾는 방문객은 해마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첫 개최 당시 1만5000명이었던 방문객은 2023년 8만명, 2024년 1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5만명을 기록했다. 3년 만에 방문객 규모가 23배 이상 커진 가운데 구미시는 올해 40만명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참가자들의 참여도 확대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글로벌 라면 챌린지'에는 세계 80개국에서 1203개팀이 참가를 신청했다. 1차 예선에서 80개팀을 선정한 뒤 최종 13개팀을 선발했으며 7일 결선에서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한 라면 요리를 선보인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기획단장은 "참가자들의 레시피와 실제 조리 과정뿐 아니라 평소 활동 이력과 현지 식재료 활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며 "6명의 디렉터가 심사에 참여해 대륙별 안배와 참가자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최종 13개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농심·구미시가 키운 '라면 경제'···지역 상생 넘어 관광 거점으로
구미라면축제는 농심과 구미시의 협업으로 시작됐다. 구미시는 신라면의 핵심 생산 거점인 농심 구미공장을 지역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22년 라면 캠핑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후 도심으로 행사장을 옮기고 지역 음식점 참여를 확대하면서 관광객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구미 지역 농가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농심은 구미산 우리밀을 100% 사용한 한정판 '구미라면축제면'을 출시했다. 얼큰한 소고기 국물에 구미산 밀가루로 만든 면을 결합해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자사몰인 농심몰에서도 7만봉을 선보이는 등 축제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총 20만봉을 판매할 계획이다.
구미산 밀가루는 일반 수입 밀가루보다 가격이 높지만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 농심은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 중인 '신라면 분식'의 브랜드 체험 콘텐츠도 축제장으로 옮겨 방문객들이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최영갑 농심 면마케팅실장은 "구미는 신라면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원하는 구미시의 목표가 농심의 지역 상생 방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축제가 시작됐다"며 "단순히 라면을 판매하는 행사를 넘어 소비자들이 라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장에서는 하루 약 10억원 규모의 라면과 음식이 판매됐고 인근 상권에서도 약 30억원의 매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미시는 전국에서 입점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라면레스토랑 참여 대상을 지역 음식점으로 제한하고 있다.
축제에서 개발한 메뉴를 지역 음식점의 상시 판매 상품으로 연결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구미 지역 음식점 12곳에서는 과거 라면 요리 경연 수상작을 실제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축제 초기 두 곳에 불과했던 라면 전문 음식점도 약 20곳으로 늘었다.
구미시는 도심에 '구미라면관'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축제 인기 메뉴를 상설 판매하고 라면 만들기 체험과 역사 전시 등을 운영하는 복합 공간이다. 농심 공장 견학과 삼성전자 산업시설 체험을 결합한 1박2일 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라면축제는 지역 기업과 자영업자가 함께 참여해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축제의 성과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역 음식점들이 개발한 라면이 축제 이후에도 판매되고 라면 맛집이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를 세계적인 라면 축제의 중심지로 키워 지역 관광과 경제 발전을 이끄는 대표 행사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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