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연 12억개 K라면 세계로"···농심, 녹산공장으로 글로벌 승부수

유통 식음료 현장

"연 12억개 K라면 세계로"···농심, 녹산공장으로 글로벌 승부수

등록 2026.11.08 14:44

부산 

김다혜

  기자

수출 공급능력 7억개→12억개···기존 국내 공장 가동률 90% 육박AI 도입 생산성 17~18% 향상···국물 이어 비국물 라면 공략3분기 해외 매출 20.8% 증가 전망···2030년 해외 비중 60% 목표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농심의 녹산수출전문공장 전경. 사진=농심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농심의 녹산수출전문공장 전경. 사진=농심

농심이 부산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앞세워 글로벌 라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 신라면을 비롯한 K라면 수요가 늘면서 기존 국내 공장의 생산 부담이 커지자 수출 물량을 전담할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별 공급체계도 강화한다. 농심은 늘어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신제품 출시와 해외 유통망 확대에 힘을 실어 글로벌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5일 찾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는 라면 생산이 한창이었다. 원료와 물을 혼합한 반죽이 여러 개의 롤러를 통과하자 두꺼운 반죽이 점차 얇은 면으로 바뀌었다. 일정한 굵기로 절단된 면은 다음 공정으로 이동했고 생산라인 곳곳에 설치된 자동화 설비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농심이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첫 수출 전문 생산시설이다. 기존 부산공장과 구미공장 등에서 나눠 생산하던 수출 물량을 분산하고 해외 시장별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건립했다. AI와 자동화 설비를 결합한 스마트팩토리로 조성해 기존 공장보다 생산 효율을 높였다. 고속 생산라인을 도입해 단위 시간당 라면 생산량을 늘리고 포장 불량과 이물질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품질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라면은 유럽과 일본, 호주를 비롯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공급된다.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 내부에서 라면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김다혜 기자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 내부에서 라면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김다혜 기자


◆가동률 90% 육박한 국내 공장···녹산서 수출 생산 부담 낮춘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부지면적 1만1377㎡, 연면적 4만8178㎡에 지상 6층 규모로 조성됐다. 현재 봉지면 2개와 용기면 1개 등 총 3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5억개로 향후 생산라인을 최대 8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라면 생산공정은 ▲원료 공급·혼합 ▲압연·절출 ▲증숙·절단·납형 ▲유탕·냉각 ▲개별 포장·검사 ▲2차 포장·출하 등 총 6단계로 구성됐다. 원료와 배합수를 섞어 만든 반죽은 롤러를 거쳐 면대로 만들어지고 증숙과 유탕, 냉각 과정을 거친 뒤 포장돼 출하된다.

신공장 가동으로 농심의 국내 수출 공급능력은 기존 연간 7억개에서 12억개로 약 71% 늘었다.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능력 17억개, 국내 내수 생산능력 33억개를 합하면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62억개에 달한다.

녹산공장 건립 배경에는 기존 생산시설의 높은 가동률이 있다. 해외 라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공장들의 생산 부담이 커졌고 추가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해졌다. 농심은 녹산공장을 통해 기존 공장의 부담을 분산하고 공급 효율과 제품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현재 국내 공장들의 가동률이 90%에 육박할 만큼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통해 기존 공장들의 생산 부담을 덜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 높은 품질의 라면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품목 전환시간도 기존 약 2시간에서 30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수출 국가마다 원료 배합과 포장 규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자동화 설비를 개선한 결과다. 현재 녹산공장에서는 22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녹산공장에는 구미공장에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기술도 적용했다. 포장지의 구멍이나 인쇄 오류, 이물질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스프 공급량이 부족하면 이를 보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AI를 활용해 품질관리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생산 효율도 개선했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AI 도입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산 효율과 제품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데 있다"며 "설비 기능을 고도화해 생산성을 17~18%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도 AI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품질관리 수준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생산 품목을 변경하는 시간도 줄였다. 수출 제품은 국가마다 포장지에 표시하는 소비기한과 원료 배합 등이 달라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 농심은 전체 공정을 효율화해 기존 약 2시간이 걸리던 품목 전환시간을 30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현재 녹산공장에서는 22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농심의 신라면 국물 라면과 비국물 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농심농심의 신라면 국물 라면과 비국물 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농심


◆국물 다음은 '비국물'···신라면 툼바·로제로 해외 시장 확대


농심은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해외 제품군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신라면을 중심으로 국물라면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을 볶음면 등 비국물 제품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특히 신라면 툼바와 로제를 앞세워 해외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새로운 수요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인 제품은 신라면 툼바다. 지난 2024년 11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올해 9월까지 해외에서 누적 1억4700만개가 판매됐다. 일본에서는 출시 1년 만에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로손 등 3대 편의점 전 매장에 상시 판매 제품으로 입점하며 판매 기반을 넓혔다.

신라면 로제도 해외 판매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 이후 미국과 대만, 몽골 등에서 판매 중이며 이달 인도에 이어 다음 달 싱가포르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녹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운송 기간을 고려해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신라면 툼바와 로제를 잇는 새로운 볶음면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신라면에 한국의 맛을 결합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국가별 입맛에 맞춘 제품을 확대하기보다 신라면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여러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육성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대륙별 현지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신라면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K푸드에 기반한 신제품을 기획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글로벌 전략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심지난 5일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글로벌 전략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농심


◆해외 매출 20.8% 성장 전망···2030년 비중 60% 목표


농심이 녹산 수출전문공장 가동을 계기로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 7조3000억원과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사업 비중은 40.2%에 머물러 있다. 주력 제품인 신라면의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성장세를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하고 신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올해 3분기에도 해외 사업이 농심의 실적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해외 매출은 3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1640억원(15%), 중국 524억원(19%), 일본 352억원(7%)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해외 사업의 기여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연결 영업이익은 591억원으로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영업이익은 6.9% 감소하는 반면 해외 법인 영업이익은 131.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부진을 해외 사업의 성장으로 만회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녹산공장에서 확보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유통망 확대에도 나선다. 유럽에서는 서유럽 주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넓히고 동유럽과 남유럽으로 진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와 중동, 동남아시아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는 퀵커머스와 현지 유통 채널을 확보해 신라면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중화권에서 즐겨 먹는 토마토 계란탕에서 착안해 개발한 매운 토마토맛 라면과 똠얌맛 신라면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국가별 현지화보다는 신라면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 K푸드에 기반한 글로벌 히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 K라면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며 "맛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