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초기부터 상업화 관점 역산 필요성 강조'얼리 파트너십' 전략으로 투자 한파 돌파 조언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고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열쇠로 '개발 초기 단계의 연결(Early Connection)'과 '의료 특화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활용하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 및 임상시험 솔루션 기업 제이앤피메디(JNPMEDI)는 6일 'Beyond Boundaries, Better Together(경계를 넘어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2026 제이앤피메디 커넥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규제기관, 학계, 제약·바이오 기업 및 투자 관계자가 모였으며 글로벌 인허가 트렌드부터 임상 병목 해소, 조기 파트너십, AI 기반 규제 대응까지 전주기 전략이 공유됐다.
신약 허가 빨라지는 식약처··· "국제 규제 조화로 글로벌 진출 앞당겨야"
첫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규제 지형의 변화와 대응책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이재현 성균관대 교수는 신약 허가 심사 기간(NDA Timeline) 단축을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과제를 짚었다.
이 교수는 "수시 동반심사(롤링 리뷰), 서류·실사 병행 심사 체계 구축, 그리고 심사 수수료 현실화를 통한 전문 심사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평균 420일이던 허가 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허가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신속히 안착하기 위한 국제 규제 조화와 협력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다국가 규제기관 간 협력 플랫폼을 꼽았다. 호주·캐나다·싱가포르·스위스·영국 등이 참여하는 'Access 컨소시엄'이나 미국 FDA 중심의 항암제 공동 심사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오르비스(Project Orbis)'처럼 각국 규제당국이 심사 자료를 분담·공유하는 국제 공조 체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약 개발이 고도화될수록 특정 국가 규제기관 단독으로 모든 평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규제 당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분담 심사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상호 인정을 확대해야만 국내 기업들이 겪는 국가별 '드러그 랙(도입 지연)'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이 글로벌 규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도구로 AI 기반 규제 인텔리전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현희 제이앤피메디 부사장은 최근 기업들이 업무 효율화를 위해 AI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주로 번역이나 자료 검색 등에서 임상시험과 인허가(RA) 업무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사 병목을 겪는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먼저 AI를 행정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 부사장은 "미국 FDA는 자체 AI 도구인 '엘사(ELSA)'를 도입해 심사관의 사이언티픽 리뷰 시간을 대폭 줄이고 있고, 유럽 EMA 역시 인력의 70% 이상이 AI 분석 도구를 쓴다"며 "식약처 또한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AI 심사관'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10주 걸리던 임상 결과 보고서 초안 작성을 10분 만에 끝내는 사례처럼 AI는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시간 싸움이 된 신약 개발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인프라"라며 "결국 규제 인텔리전스의 본질은 분절된 임상·규제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엮어내고, AI를 통해 신속한 시장 승인을 끌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AI 규제 업무 고도화가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 부사장은 "AI는 행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일 뿐, 생성된 결과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늦으면 7000만원 증발··· 임상 지연 잡는 AI와 전임상 '엑시트' 전략
임상시험 현장의 지연과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AI 기술과의 결합이 제시됐다.
이승미 제이앤피메디 전무는 "전체 임상의 절반 이상이 계획 대비 지연되고 있으며, 임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발생하는 잠재적 손실은 약 7000만 원(5만 달러)에 달한다"며 환자 모집 지연과 잦은 프로토콜 변경을 줄이기 위한 사전 설계와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상 현장의 운영 효율을 높이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요건들도 함께 다뤄졌다.
박영용 제이앤피메디 CTO는 "의료·규제 영역에서 일반적인 생성형 AI를 검증 없이 도입할 경우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으로 인해 임상 데이터의 무결성과 규제 준수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 현장에 AI를 접목할 때는 명확한 의학적 규칙에 기반해 결과를 도출하고, 모든 데이터의 출처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결국 최종 판단과 책임은 임상 전문가가 맡되, AI는 복잡한 데이터 분석과 반복 업무를 보조해 전문가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운영 효율화와 더불어 바이오 투자 한파를 돌파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개발(BD) 전략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유수현 제이앤피메디 부사장은 "연구자들이 훌륭한 사이언스를 바탕으로 콘셉트 입증까지 잘 진행하지만 아카데믹 연구와 달리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는 결국 상업화(커머셜), 즉 큰 가치를 창출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데 달려 있다"고 짚었다.
유 부사장은 최근 10년간 신약 개발 비용이 2~3배 급증한 반면, 규제 당국의 최종 허가율은 7~8%대까지 떨어지면서 빅파마들조차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 의존도를 70% 가까이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맥킨지의 20여 년간 글로벌 딜 분석 데이터를 인용하며 "단순 재무적 투자만을 받은 사례는 5% 미만에 불과하며, 빅파마가 체결한 라이선스인의 70%가량이 전임상(Pre-clinical) 단계의 조기 협업(오픈 이노베이션)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임상 2a상이나 2b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할 때 기업가치 증폭이 가장 크지만, 대규모 임상 비용과 실패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빅파마는 전임상 단계에서의 조기 라이선스인을 선호한다"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사장은 학술적 우수성(사이언스)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상업적 TPP(Target Product Profile)'의 선제적 설계를 주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허가 자체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제는 보험 급여 기준, 투약 편의성, 시장 진입 및 경쟁사 구도까지 사전에 분석해야 한다"며 "나 홀로 개발을 고집하다 딜 타이밍을 놓치기보다는 전임상 단계의 조기 기술이전(시나리오 A), 지분을 나누더라도 주도권을 쥐고 임상 1상까지 끌고 가는 공동 개발(시나리오 B), 후기 2상 이후 대형 기술이전(시나리오 C) 등 파이프라인과 적응증을 나눠 단계별 엑시트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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