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4078억·LG엔솔 7560억 영업익···AI 데이터센터 수요 흡수LG엔솔 ESS 출하량 전분기比 60%↑···빅테크 직접 공급계약 확보SK온 805억 영업손실···북미 9GWh 수주 물량 내년부터 공급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수익화 속도에 따라 엇갈렸다. 전기차 캐즘(Chasm)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ESS 수요를 흡수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SK온은 대규모 공급계약을 잇달아 확보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출 기여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ESS 시장에 일찍 진입한 기업과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3일 현재 각 사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매출 4조6856억원, 영업이익 40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0.9% 늘었고 영업이익은 2038억원에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분기 이후 12개 분기 만에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9조6434억원, 영업이익 756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0%, 25.7%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7.6%, 영업이익은 567.3%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에는 북미 생산보조금 4169억원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3391억원이다.
반면 SK온은 매출 1조5263억원, 영업손실 8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248억원에서 805억원으로 줄었다. 전 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에서 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차 배터리 판매 감소와 전 분기 일회성 수익의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3사의 실적을 가른 주요 변수는 ESS 사업의 매출 기여도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ESS 사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한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ES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판매 증가를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렸다. 3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은 4조4099억원, 영업이익은 361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따른 ESS·BBU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전동공구와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판매도 증가했다.
삼성SDI는 수주 기반도 넓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60GWh 이상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는 등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할 공급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출하량 증가가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 3분기 ESS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60% 이상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도 30% 초반까지 확대됐다. 유럽 시장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와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공급 증가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폴란드 공장 가동률 상승과 북미 ESS 생산시설의 생산성 개선은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규 고객 확보에서도 성과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직접 공급계약을 처음 체결하며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DSX Ready BESS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혔다.
SK온은 ESS 사업의 본격적인 실적 기여를 기다리는 단계다.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ESS용 LFP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 기업 네오볼타와 2027년부터 5년간 총 9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8월 추가 계약도 맺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을 늘리며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계약 규모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양산 안정화와 납품 절차를 거쳐야 매출이 발생한다. SK온은 국내 서산과 미국 조지아 등의 생산시설을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확보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수주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ESS 시장의 경쟁 구도는 수주 확보에서 양산 능력과 수익성 검증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출하량 확대를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SK온은 내년 이후 본격적인 공급을 앞두고 있다. 북미 현지 생산기반과 고객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배터리 3사의 사업 성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ESS 사업이 배터리 업체들의 새로운 실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현지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생산시설 가동률과 원가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업체 간 실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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