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화 머크 아태지역 시니어 모달리티 리더, 안전한 ADC 생산 전략 발표고독성 페이로드 노출 차단 위해 '폐쇄공정·일회용 기술' 결합 제안기존 설비 활용한 '기능적 폐쇄공정' 전환 및 정제 단계 무균 연결 강조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 머크(Merck)가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제조 현장의 최대 난제인 '독성 물질 노출'과 '외부 오염' 위험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폐쇄공정(Closed Processing) 전략을 해법으로 내놨다. 일회용(Single-use) 설비와 무균 밀폐 연결 구조를 공정 전반에 도입하고, 생산 후 소모품 해체·폐기 단계까지 통제해 작업자 안전성 확보와 총운영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29일 황순화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솔루션 아태지역 첨단항체 수석 모달리티 리더(팀장)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컨퍼런스에서 '폐쇄공정을 통한 안전하고 스마트한 ADC 제조'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결합한 정밀 유도미사일 항암제다. 치료 효과는 뛰어나지만 제조 과정에서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인 페이로드를 직접 다뤄야 하는 까닭에 까다로운 공정 관리가 요구된다. 외부 미생물이나 이물질로부터 의약품 원액을 보호하는 무균성 확보는 물론, 장비 내부의 고독성 물질이 작업실 외부로 새어 나와 작업자가 노출되는 사고를 원천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 리더는 이러한 이중 과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로 '폐쇄공정'과 '일회용 공정 기술'의 결합을 꼽았다.
기존 다회용 설비, '기능적 폐쇄공정' 전환 가능
폐쇄공정은 의약품 원액과 제품이 닿는 장비 내부 표면이 작업실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완전히 분리·밀폐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현하려면 공정 내 미생물 오염도와 청결도 관리는 물론, 배관과 연결 부위가 공정 내내 완벽한 밀폐 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 무결성(Integrity)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날 발표에서는 사전 조립·멸균된 일회용 부품과 무균 커넥터를 사용하는 '완전 폐쇄형 시스템'뿐 아니라, 제약사가 보유한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전환할 수 있는 '기능적 폐쇄공정(Functionally Closed Process)' 구축 방안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장비를 조립하거나 필터를 장착하는 초기 준비 단계에서 설비 일부가 일시적으로 외부 공기에 개방되더라도, 본생산에 들어가기 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세척·살균(소독) 공정을 거쳐 무균 상태를 확보한 뒤 유입·배출 과정의 밀폐를 유지하면 폐쇄공정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원리다.
공정 단계별로는 여과와 크로마토그래피 등 '정제(Downstream)' 구간이 핵심 전환 대상으로 지목됐다. 세포배양이나 최종 충전 단계에 비해 다회용 장비 비중이 높은 정제 공정에서는 필터, 센서, 배관 연결부 등 약물이 흐르는 유로(Flowpath) 전체의 밀폐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황 리더는 접선흐름여과(TFF) 및 크로마토그래피 시스템에 사전 멸균된 일회용 유로와 무균 연결장치를 적용하고, TFF 공정에 하우징 교체가 필요 없는 캡슐형 필터를 도입해 작업자 노출 위험을 줄인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제시했다.
국내 기업과 진행한 글로벌 협력 모델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사례가 소개됐다. 황 리더는 시러큐스 사업장의 작업 동선과 공간 배치, 작업자 개인보호구(PPE) 수준, 장비 구성을 차례로 짚으며 실제 ADC 생산 현장의 공정 설계 모델을 공유했다. 앞서 머크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시러큐스 캠퍼스 증설 및 제조 솔루션·인력 교육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2024년 5월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 개발을 위한 전략적 사업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고도화해 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캠퍼스에 약 1억 달러를 투입해 구축한 ADC 전용 생산시설을 지난해 4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초기 부품비 들더라도 인건비·공조 부담 줄여 총운영비 절감"
폐쇄공정 도입에 따른 경제성은 단순 설비 구매가가 아닌 '총운영비'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용 장비와 일회용 소모품을 도입하면 초기 부품 비용은 다소 늘어날 수 있으나, 세척·검증에 걸리는 작업 시간과 투입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고등급 클린룸 유지 등 까다로운 작업 환경 관리 부담까지 덜어낼 수 있어서다.
황 리더는 "설비 가격만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건비와 공정 소요 시간 단축, 작업 환경 안전 관리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이 같은 총운영비 관점에서 접근하면 폐쇄공정 전환을 통해 전체 제조 원가를 충분히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드웨어 도입 못지않게 공정 안팎의 경계를 통제하는 운영 절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외부 공기나 용액이 시스템 안으로 침투하는 '유입(Ingress)' 위험과 독성 폐액 등 내부 물질이 외부로 새어 나오는 '유출(Egress)' 위험을 양방향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무균 연결장치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자가 어느 라인을 먼저 연결·분리할지부터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까지 세밀하게 규정한 표준작업절차(SOP)를 문서화해 반복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생산이 모두 끝난 뒤 일회용 부품을 해체·폐기하는 사후 관리 단계가 안전 사고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리더는 "폐쇄공정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사용한 일회용 부품을 분리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연결부가 열리고 폐기용 백이 찢어지면 내부에 남아 있던 고독성 물질에 작업자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며 "날카로운 부품에 폐기 백이 손상되지 않도록 마감 처리를 철저히 하고, 검증된 위험물질 처리 전문업체를 활용하는 등 최종 폐기 단계까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진정한 폐쇄공정이 완성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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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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