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의신청 길 열지만 재도전은 6개월···기술특례에 필요한 '탈락 후 기준'

오피니언 기자수첩

이의신청 길 열지만 재도전은 6개월···기술특례에 필요한 '탈락 후 기준'

등록 2026.10.27 11:08

김호겸

  기자

기술평가 탈락에 상장·공모 일정 차질 우려자금조달 지연에 주관사 실사 부담도 확대임상 성과 등 실질적 변화 반영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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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이 진전됐는데도 상장을 위한 평가등급은 오히려 낮아졌다.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하이센스바이오의 사례다. 이 회사는 2023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A·BBB등급을 받아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뒤 지난해 다시 도전했을 때는 BBB·BBB등급으로 탈락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기업 피노바이오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2023년 기술평가를 통과했지만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뒤 지난해 재도전에서는 기준에 미달하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업 모두 처음 평가를 받을 때보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 준비를 진전시켰지만 결과는 달랐다.

연구개발이 진전됐다고 평가등급까지 높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도 함께 판단하는 제도다. 평가 시점에 따라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사업 전망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원하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면서도 재평가 범위를 제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소는 연내 이의신청 절차를 포함한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평가기관의 책임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한 경우 등에 한해 재평가를 허용하고 평가위원의 판단에 따른 견해 차이는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단 업계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술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기업이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에 동일한 사유로 재신청할 수 없다. 평가기관 간 등급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 등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인 탈락 기업은 일정 기간을 기다린 뒤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술기업에 6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상장 일정이 늦어지면 공모를 통해 마련하려던 연구개발 자금의 조달 시점도 밀릴 수 있다. 상장을 준비해 온 주관 증권사 역시 기업의 사업계획과 실적 전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기다리는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다.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한 것인지, 매출 전망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인지, 시장 경쟁력에 대한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에 따라 기업이 준비해야 할 내용도 달라진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이의신청 제도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평가기관의 답변서를 받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에 어떤 수준의 판단 근거를 제공할지, 이의신청 결과를 언제까지 통지할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재신청 제한 기간의 운영 방식도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임상 결과나 사업화 계약 등 기존 평가 이후 객관적인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기다려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가기관의 부담과 반복 신청 가능성을 고려하고 실질적인 보완이 확인된 기업에는 합리적인 재도전 경로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기술특례상장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기업을 증시에 입성시키는 것이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데 있다.

탈락한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평가 결과를 뒤집을 기회만이 아니다. 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지 납득하고 다음 평가에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절차다. 상장의 문턱은 지키되 재도전의 기준은 더 명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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