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합작·인허가 과정 규제 비용 지적···양국 규제 조화 주문공동 R&D·AI 의료 플랫폼 제안···정부 간 협력·데이터 주권 강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을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하려면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에 묶여 있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합작투자와 공동 임상, 품목허가 추진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떠안는 과도한 규제 비용을 덜어내야 양국 간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한중의료바이오산업연맹 출범을 기념해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광희 국회의원과 재중국한인회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바이오 기술 규제 개선과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축으로 한 양국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톡신 규제, 심사 기간 단축 넘어 '지정 해제' 요구
이날 발제에 나선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양국 바이오 협력의 첫 번째 걸림돌로 보툴리눔 톡신 분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제도를 지목했다. 현재 정부 안팎에서 논의되는 수출 심사 기간 단축만으로는 기업의 현장 부담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며, 생산기술과 균주 자체를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심사 기간 단축 방안에 대해 "규제 존속의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안으로 한·중 기업이 합작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공동 임상을 진행한 뒤 중동·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기술 공유와 합작 논의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진전을 막고 있다고 짚었다.
양국 인허가 체계의 간극을 줄이는 제도적 접근도 주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등 규제당국이 정례 정책 협의체를 가동해 규제를 조화시키고 인허가 상호 인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오송·송도 등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와 중국 내 협력 거점을 잇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유발하는 유·무형의 규제 비용을 법리적 측면에서 구체화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는 국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매각·이전할 때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외 국가핵심기술 수출에도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법리상 완제품 수출과 생산공정 등 기술의 해외 이전이 별개 사안임에도, 실무에서는 규제가 중첩된다는 점이다. 최 변호사는 해외 합작투자를 통한 생산기지 구축 시 승인·신고 절차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수입국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생산공정 관련 기술문서를 현지 당국에 제출하는 과정조차 기술 수출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가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평시 보안 관리 의무를 이행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최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의 기존 제조공정이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핵심기술 유지 실익에 의문을 던졌다. 아울러 현재 톡신 시장 경쟁력은 균주나 기본 생산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품질을 일관되게 구현하는 제조·품질관리(GMP) 역량, 해외 인허가 대응력, 글로벌 브랜딩 및 사업화 역량에서 판가름 난다며 기술 보호의 실익과 산업계가 치르는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R&D·AI 플랫폼으로 협력 외연 확장
단순 완제품 교역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R&D)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홍성웅 청주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디지털 플랫폼·제조 공급망과 한국의 고도화된 의료서비스·바이오 산업화 역량을 결합하는 상호보완적 분업 체계를 대안으로 내놨다.
구체적인 실행 기반으로는 '한·중 공동 R&D센터' 구축과 지역 실증 체계를 꼽았다. 양국 주요 거점에서 의료·바이오·뷰티와 AI를 융합한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지역 실증을 거쳐 제3국으로 확산하는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인적·공간적 안전은 물론 온도에 민감한 바이오 제품의 특수 포장·운송(콜드체인), 국경 간 데이터 이동까지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하드웨어 구축에 앞서 제도적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홍 교수는 "R&D센터나 물류센터를 세우더라도 제도적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며 공동 R&D센터 내부에 양국 제도 협력을 전담하는 상설 기구를 둘 것을 권고했다.
중국 측 전문가로 나선 황웨우 베이징 방커 스마트 테크놀로지 유한회사 수석 AI 전문가는 '한·중 크로스보더 의료서비스 플랫폼' 구상을 발표했다. 단순 병원 소개나 진료 예약 중개를 넘어 양국 의료기관과 바이오·제약·의료기기 기업을 단일 생태계로 묶는 디지털 협력망이다.
플랫폼의 핵심 작동 원리는 의료기관·의료인·기업·제품의 자격과 인증 정보를 실시간 검증하는 '디지털 신뢰 체계'다.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의료인 면허, 기업 등록 자격, 의약품·의료기기 정품 인증 정보를 조회하고 이력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법적 자격 판단은 양국 권한 기관의 공식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되, 플랫폼이 정보의 투명성과 거래 신뢰도를 보증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산업계에는 공동 R&D 파트너 매칭과 기술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에게는 의료진 검색부터 AI 사전 건강 상담, 의료 통역, 예약 및 사후 일정 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중의료바이오산업연맹이 협력 네트워크와 신뢰 체계를 설계하고, 별도 플랫폼 운영 법인이 시스템 개발과 사업 운영을 맡아 한·중 시범사업 후 일본·동남아시아·중동으로 단계적 확장을 꾀한다는 청사진이다.
"기업 간 거래 앞서 정부 간 규제 조율·데이터 주권 확립해야"
민간의 장밋빛 협력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지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냉정한 진단도 제기됐다.
박승훈 오마주AI 대표는 양국 바이오 기업이 협력 파트너인 동시에 치열한 시장 경쟁자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철저한 이해관계와 실익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사업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민간 기업 간 협력에 앞서 정부 간 협력(G2G)을 통해 인허가 장벽을 낮추는 순서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양국 규제당국이 인허가 과정에서 공통으로 요구하는 시험·검증 절차를 상호 인정해 주면, 기업은 중복 비용을 줄여 본연의 제품·서비스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고 환자 역시 우수한 의약품을 더 신속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G로 제도적 물꼬를 튼 뒤 정부·기업 간 협력(G2B), 기업 간 협력(B2B)으로 넓혀가야 한다는 논리다.
국경 간 플랫폼 구축에 따른 '데이터 주권' 문제도 핵심 과제로 짚었다. 의료기관과 환자의 민감 정보를 연결하는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양국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과정에서 각 국가의 관리·통제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보안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중국 제품이든 한국 제품이든 환자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한·중 바이오 협력의 최종 지향점은 양국 환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편익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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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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