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가라앉은 강남권 부동산매도자 매물 속출, 매수자 관망2027년 세제 변화 전환점 주목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두 달,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가라앉았다. 매도자는 세금 부담에 쫓겨 매물을 내놓지만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매매는 매물이 쌓이는 가운데 전월세는 씨가 마르면서, 거래는 끊기고 가격만 흔들리는 '거래절벽'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낮추는 대신 비거주·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종부세는 2027년부터 개편이 시작돼 2028년에는 주택 가액 기준으로 세율이 일원화된다. 올해 5월 재개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7∼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된 뒤 2029년부터 현행 수준으로 돌아간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2027년까지는 현행대로 유지되지만 2028년부터 거주 중심으로 바뀌면서 공제 한도(20억원)가 생기고, 2029년에는 보유기간 공제가 사라진다.
결국 양도세 부담이 가장 가벼운 해는 2027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절세 매물이 세법 개정 발표 직후와 내년 5월 말 보유세 과세기준일, 내년 말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직전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개편안의 세율과 공제 한도, 시행 시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팔아야 한다"는 압박과 "조금 더 버텨본다"는 관망이 뒤섞여 있다.
세제 변수를 앞두고 '강남3구'의 현장 분위기는 모두 얼어붙었다. 반포동의 대장주라고 불리는 '래미안원베일리'도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래미안원베일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세 부담 우려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 문의만 있을 뿐 실제 계약으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반포동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마음이 급한 매도자들은 가격을 내려 계약하고 있어 시세가 내려가는 중이다"라며 "다만 매도자 호가는 아직 매수자들이 충족하지 못하는 금액대에 있으며 지금은 시간이 매수자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도자들은 매수자가 희망할 경우 몇억원씩 깎아서도 계약이 될 수 있는 분위기지만 정작 매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포동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전세는 5개 이내, 월세는 10개 이내 수준"이라며 "매매는 내려가고 전월세는 없는 상황에 거래는 안 되니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제 변수를 따져보고 매도를 결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27년까지라는 시한을 두고 얼마에 팔면 얼마가 남는지 수치로 계산해보면, 가격이 오를 분위기가 아니니 매도자들은 매물을 결국 팔게 된다"며 "다만 세제개편 관련 법안이 완화·폐지되면 매도자들은 다시 팔지 않고 시세도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12월 국회 논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포동 인근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이 내년까지라는 점이 매도 시점을 앞당기며 시세보다 크게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53평의 경우 시세보다 15억∼20억원, 34평은 10억∼15억원가량 싸고, 한강 조망 물건은 20억원 안팎, 한강 조망이 아닌 물건은 10억원 정도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베일리 자체가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매수자가 보러는 다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극히 드물다"며 "내년이라는 시한 때문에 매수자들은 간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월세는 시장에 나오면 바로 계약될 만큼 물건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전세가 마른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며 "이번 상황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어 "반포에도 중산층이라 할 사람들이 있다"며 "정책대로라면 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구 역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 발표일인 8월 3일 5099건이던 송파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10월 5일 6274건으로 23%가량 늘었다. 특히 송파구 잠실동의 대장주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일대에서는 호가를 내린 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가격을 낮춰도 실제 시장에서 거래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 모습이다.
잠실동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거래가 전혀 안 된다"며 "35억∼36억원 선이던 매물이 최근 30억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것도 좋은 매물이어야 31억원에 겨우 팔리는 것이고 32억∼33억원이면 안 팔린다"고 강조했다.
잠실동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매물 가격이 1억∼1억5000만원가량 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2027년 말까지 다주택자들더러 팔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33평형 매물만 100건 가까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매수자들은 "내년에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2028년부터 세금을 또 올린다고 하니 매도자들은 빨리 파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융자도 2억원밖에 안 나오니 거래가 더 안 된다"고 말했다.
거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 달 내내 전월세 한 건 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지난달엔 매매 4건만 체결됐다. 중개업소가 몇십 곳인데 한 집당 한 건씩 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잠실동 인근 C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시세가 2억∼3억원 정도 빠졌다며 "정상적인 매매는 안 되고, 급매 수준으로 나온 것만 간신히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시장 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 "정책이 중간에 후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규제가 완화된 전례가 있다 보니,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출 규제도 다시 풀릴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매수자들을 관망으로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스크를 안고 정상 가격에 사느니, 싸거나 급매로 나온 것만 사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매수를 억누르는 기조를 이어가는 한 거래가 얼어붙은 상태도 길어질 수밖에 없고, 시세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통계는 현장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매수 억제 정책을 펴는 만큼 거래절벽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유지되는 동안은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거래절벽으로 가격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고가와 신저가가 공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통계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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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현진 기자
shj7890@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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