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EV 성장 둔화에도 버틴 현대차...친환경·AI로 미래차 판 넓힌다

산업 자동차 정의선 취임 6년②

EV 성장 둔화에도 버틴 현대차...친환경·AI로 미래차 판 넓힌다

등록 2026.10.08 06:30

권지용

  기자

하이브리드·EREV 확대로 전동화 대응수소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기술 투자 지속로보틱스와 피지컬 AI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2020년 이후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아이오닉·EV 라인업을 확대하며 전동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전기차 한 분야에 미래를 걸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를 앞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수소·목적기반차량(PBV)과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도 달라졌다. 정 회장 취임 당시 글로벌 판매 5위였던 그룹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합산 727만대가량을 판매하며 글로벌 완성차 톱3에 올라섰다. 매출 역시 현대차 186조3000억원, 기아 114조1000억원을 합쳐 300조원을 넘어섰다.

6년간의 변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동화 전략의 수정이다. 초기에는 전기차 확대에 집중했지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자 하이브리드와 EREV를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특정 동력원의 성장 속도를 예측하기보다 시장별 수요에 따라 판매 전략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V EREV. 사진=현대자동차현대차 아이오닉 V EREV. 사진=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는 당장 판매와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기아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45만400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23.7% 늘렸다. 전기차도 23만8000대로 18.9% 증가하면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합친 전동화 차량 판매량은 74만9000대에 달했다. 전체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로 1년 새 2.8%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기존 7개에서 14개로 확대했다. 2028년에는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133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늘어나는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전동화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판매 기반을 넓힌 것이다.

다음 카드가 EREV다. EREV는 대용량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면서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모터로 주행하면서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어 순수 전기차보다 장거리 운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부터 EREV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목표 주행거리는 약 965㎞ 이상이다.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을 줄이면서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도록 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에서도 전동화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도 장기적인 선택지다. 승용차에 이어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 상용차에서는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등을 고려할 때 수소가 전기차와 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사업 확장의 방향은 동력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PBV가 대표적이다. 차량을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물류·배송·서비스 등에 활용되는 이동형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차량의 활용 범위도 함께 넓어질 수 있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제네시스가 역할을 맡는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대중차에서 고급차까지 넓혔다. 최근에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EREV 등 다양한 동력원을 적용하며 고급차 시장에서도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의 두뇌를 바꾸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SDV와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 자동차를 하드웨어 중심 제품에서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차량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하고 학습 결과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차량에 반영하는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서 4족 보행로봇 스팟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서 4족 보행로봇 스팟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정 회장 체제의 사업 확장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자동차 밖으로의 확장이다. 그룹은 2021년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로봇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목표는 로봇을 별도의 사업으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로봇의 인공지능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로봇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도 공식화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을 확장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는 자동차와 로봇처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기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기술이다. 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자동차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웨이모·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대표적이다. 그룹은 아틀라스를 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해 제조 공정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향후 물류·건설·시설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은 자동차 한 대의 동력원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EREV를 동시에 가져가면서 시장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SDV와 자율주행으로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로봇과 피지컬 AI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이다.

정의선 체제 6년간 현대차그룹의 사업 지도는 자동차 제조 중심에서 전동화·소프트웨어·로보틱스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톱3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이 다음 단계에서 어떤 사업을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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