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영향으로 전력 수요 폭증정부의 지역별 전력 가격 차등 논란전력 인프라 확충 없이 LMP 도입 우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주요 송전망에서 연간 절반 이상 송전혼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과 발전설비가 몰린 비수도권 간 전력망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력 가격에 차등을 두는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제(LMP·Locational Marginal Pricing)를 연내 도입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송전망 확충이 지연된 상황에서 LMP를 도입할 경우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성만 악화시키는 '땜질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의 발전이력 정보와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7개 주요 송전망에서 과부하, 즉 송전혼잡이 발생한 시간은 연평균 5256시간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4년 5751시간, 지난해 4864시간 동안 송전혼잡이 발생했다. 1년이 8760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주요 송전망이 연간 약 60%의 시간 동안 제약을 받은 셈이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7개 주요 송전망의 전력 한도는 최대 18GW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14GW를 넘어설 경우 송전망 과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력 생산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는 송전망의 한계 도달 비율이 더욱 높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도권 주요 송전망의 한계 도달 비율은 2024년 94.2%, 2025년 92.0%에 달했다. 사실상 해당 시간대 대부분에 걸쳐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데 제약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 등으로 향후 수도권 전력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발전설비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에 집중된 현 구조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날수록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송전망 확충은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54개 주요 송·변전 설비 사업 가운데 약 37%인 20개 사업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LMP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MP는 전력망의 물리적 제약을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에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의 도매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전력 가격에 차등을 둬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역 내 발전·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그러나 수도권 송전망 확충이 지연된 상태에서 LMP를 도입하면 발전설비가 집중된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데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지방 발전소의 전력 가격이 낮아지면 발전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발전설비의 약 76%는 비수도권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공공 발전소뿐 아니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영세 민간 발전사업자도 상당수 지방에 자리 잡고 있어 가격 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LMP가 송전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존 전력망의 제약을 가격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송전망을 확충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별 가격을 먼저 도입할 경우 발전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전력 공급 안정성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망 투자가 지연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경우 전력 공급 비용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역별 가격 차등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한다면 수도권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송전 제약은 지속될 수 있어서다.
결국 송전망 확충을 뒤로 미룬 채 가격체계만 먼저 손보는 방식으로는 수도권 전력난과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송전망 투자가 늦어질 경우 향후 전력 공급 안정성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 의원은 "수도권 전력망이 1년의 60%나 막혀 있는 충격적인 인프라 실패를 방치한 채 만만한 지방 발전소만 쥐어짜는 것은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이라며 "정부는 무리한 제도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유예기간을 설정한 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적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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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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