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 늘리는 저축은행···'대출 대신 예치' 공식 깨졌다

금융 저축은행

투자 늘리는 저축은행···'대출 대신 예치' 공식 깨졌다

등록 2026.10.02 14:24

수정 2026.10.02 15:59

이은서

  기자

5대 저축은행 일반예치금 89.7% 급감···SBI·OK·한국투자 '0원'유가증권 평가·처분이익 4243억···예치금 대신 직접 운용 확대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저축은행들이 중앙회에 맡기는 예치금이 1년 새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상위 5대 저축은행 가운데 SBI저축은행·OK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일반예치금을 한 푼도 예치하지 않았다. 통상 대출 영업이 제한되면 여유자금이 중앙회 예치금으로 유입되지만 올해는 유가증권 운용을 늘린 데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수신상품 만기로 자금이 이탈한 점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79곳이 중앙회에 예치한 예치금은 6조9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급감했다. 특히 일반예치금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컸다. 상반기 일반예치금은 2조83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 감소했다. 지급준비예치금은 4조707억원으로 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중앙회 예치금은 크게 일반예치금과 지급준비예치금으로 나뉜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개별 저축은행은 예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반면 일반예치금은 각 저축은행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맡기는 자금이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반예치금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대출 영업이 위축되거나 고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 마땅한 운용처를 찾기 어려운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앙회 예치금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예치금은 ▲2022년 11조8898억원 ▲2023년 9조4317억원 ▲2024년 10조2901억원으로 10조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본격화해 대출이 위축되자 예치금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예치금 규모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8조6265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6조902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올해 유가증권 운용을 늘리면서 저축은행들의 자금 운용 방식이 달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 당시 조달한 고금리 자금 가운데 3년 만기 물량을 대거 털어내면서 예치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고금리 자금의 만기 도래가 지속되다 보니 지난해까지 유동성을 크게 확보하고 있었다"며 "지난해까지 예치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올해 감소폭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예치된 자금을 기업어음(CP), 회사채, 머니마켓펀드(MMF)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운용한다. 이들 상품의 운용수익률은 대체로 3~4%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보다 상대적으로 수익 변동성이 큰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며 공격적인 운용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 이자율은 OK저축은행 37.9%, 한국투자저축은행 36.3%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산 상위 5대 저축은행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앙회 예치금은 1조5497억원으로 1년 새 45% 감소하며 업계 전체 감소폭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일반예치금은 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600억원 대비 89.7% 급감했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일반예치금을 한 푼도 예치하지 않은 영향이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일반예치금이 750억원으로 1년 새 77.3%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예금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금리를 높여 다시 자금을 조달해 중앙회에 예치하기보다 여유자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올해 일반예치금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여유자금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예치금을 굴린다고 해도 MMF보다 낮아 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직접 운용하는 편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5대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은 4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8% 급증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