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최초 '직허가' 뚫은 진양곤의 HLB···美 직판·범고형암 영토 확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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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직허가' 뚫은 진양곤의 HLB···美 직판·범고형암 영토 확장 관건

등록 2026.09.28 14:32

임주희

  기자

진양곤 회장, 2008년 LSK바이오 투자로 18년간 항암 도전유한양행 렉라자 '기술수출' 넘어 '직판' 새 길 만들어엘레바 세일즈·고형암 확장에 따라 블록버스터 신약 가능성

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국내 바이오 산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HLB가 외부 도입한 FGFR2 표적 담관암 신약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이 18년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의 꿈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진 의장은 지난 2008년 하이쎌과 현대라이프보트를 통해 HLB의 전신인 이노GDN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이노GDN은 미국 항암 신약 개발사 LSK바이오파트너스(현 엘레바 테라퓨틱스)에 출자한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항암 신약 사업에 발을 들인 진 의장은 숱한 회의론 속에서도 엘레바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인수를 단행하며 항암 시장에 도전했다.

그 결과 18년 만에 엘레바가 직접 신청한 리픽투가 FDA 승인을 따내며, HLB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독자 상업화할 첫 글로벌 항암제를 손에 쥐었다.

렉라자의 '기술수출 신화' 이어 '현지 사업화'로 진화한 K-바이오

HLB그룹의 성과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 공식에 '새로운 선택지'를 더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국내 항암제 최초로 FDA 문턱을 넘었던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개발한 뒤 글로벌 빅파마(존슨앤드존슨/얀센)로 기술수출(L/O)해 상업화를 완주한 사례다.

미국 항암제 시장 진출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글로벌 빅파마의 자본과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라이선스 아웃 방식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꼽혔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을 거쳐 글로벌 파트너사의 개발·유통망을 지렛대 삼아 FDA 승인을 이끌어냈다.

반면 HLB는 현지 자회사를 통해 임상부터 신약허가신청(NDA), 허가를 받아냈다. 진 의장은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를 전면에 내세워 물질 도입부터 NDA 심사 완료까지 FDA와의 모든 직접 소통과 규제 허들을 자회사의 인하우스 역량으로 돌파해 냈다. 항암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미국 내 임상 운영, 데이터 패키징, FDA 실사 및 허가 심사 전 과정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 완주하고 통과시킨 것은 이번이 최초다. HLB는 향후 직접 판매까지 도맡으면서 '독자 완주형' 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렉라자가 빅파마와의 협업을 통해 K-신약의 임상적 가치와 글로벌 기술수출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HLB의 리픽투는 한국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허가권을 쥐고 직판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새로운 사업화 경로를 입증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글로벌 진출 옵션이 '기술수출' 단일 트랙에서 '직접 사업화'로 넓어졌다는 평가다.

'18년 집념'에 더해진 '스마트 BD' 성과··· 美 직판은 또 다른 시험대

이번 허가는 기초 연구부터 직접 발굴해 개발하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 대신, 글로벌 유망 물질을 빠르게 발굴해 들여온 진 의장의 '스마트 사업개발(BD)' 전략의 결과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리픽투는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Relay Therapeutics)가 발굴해 초기 임상을 진행하던 물질이다. HLB는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권리를 기술도입(In-licensing)한 지 불과 약 1년 9개월 만에 후속 임상 데이터 정리, NDA 제출, 실사 및 최종 허가까지 완주했다.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신약 개발 주기를 정교한 파트너십과 현지 규제 대응력으로 압축해 낸 셈이다.

약물 자체의 임상적 차별성도 확실하다. 현재 FGFR2 변이 담관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약은 리픽투를 포함해 총 3개다. 앞서 허가받은 두 치료제는 여러 FGFR 수용체를 함께 억제하는 기전 탓에 심각한 고인산혈증(FGFR1 억제 부작용)이나 설사·복통(FGFR4 억제 부작용) 등 오프타깃(Off-target) 독성 문제가 빈번하게 보고됐다. 반면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1과 FGFR4 억제를 피해 FGFR2만을 정밀하게 억제하도록 설계돼 고인산혈증과 설사 위험을 현저히 낮췄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장기 투약 안정성 면에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무기를 확보한 셈이다.

물론 미국 현지 상업화는 다른 문제다. HLB는 파트너사에 판권을 넘겨 로열티를 받는 구조 대신, 엘레바를 통해 연내 미국 전역에 리픽투를 직접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마진과 상업적 과실을 온전히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빅파마 중심의 미국 항암제 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직접 판매'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직판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리픽투가 진입하는 담관암 시장에는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담관암은 미국 내 연간 신규 환자가 약 8000명 수준인 희귀암이다. 수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영업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대형 만성질환이나 흔한 고형암과 달리, 주요 거점 암센터와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를 정밀 타격하는 '소수 정예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

관건은 현지 처방권 진입 속도다. 엘레바가 이미 구축해 둔 미국 내 공급망과 의약품 도매상 네트워크, 그리고 출시 직후 처방 집행의 열쇠를 쥔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의 처방집(Formulary) 등재 협상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느냐가 초기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담관암은 출발점, 'FGFR2 변이 고형암 전체'로 영토 확장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리픽투의 확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FGFR2 변이 담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 허가지만, 리라푸그라티닙의 기전적 잠재력은 담관암에만 갇혀 있지 않다.

HLB는 리픽투를 암의 발생 부위와 무관하게 특정 유전자 변이만을 표적하는 '암종 불문(Tumor-agnostic)' 치료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FGFR2는 담관암 외에도 위암, 식도암, 유방암 등 다양한 진행성 고형암에서 과발현되거나 변이가 발생하는 주요 종양 유발 유전자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ReFocus202) 등을 통해 담관암 외 FGFR2 변이 고형암 환자군으로 데이터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범(Pan)-FGFR2 고형암 치료제'로 라벨을 확장할 경우 리픽투의 목표 시장(TAM)도 확장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픽투의 이번 FDA 승인은 HLB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및 규제 대응 능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담관암 2차 치료 시장 안착으로 상업화 실행력을 입증하고, 향후 고형암 전체로의 적응증 확장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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