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권,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설계 경쟁톰 리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디지털 아키텍처 미래"조셉 루빈 "미국 정책 방향성 보면서 규제 맞춰야'
국내 기관들이 이더리움을 매개로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사업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자산 토큰화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통 금융권도 인프라 전반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설계하며 제도권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이더리움 코리아 원: 제네시스'에는 DB증권을 비롯해 KB증권·교보증권·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토큰증권 법안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은 발행을 넘어 자산 구조화와 유통·정산, 투자자 보호를 아우르는 기관형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곽봉석 DB증권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이더리움은 가장 오래 지속된 스마트컨트랙트 체인 가운데 하나로, 탈중앙화와 견고성을 기반으로 사용자 간 신뢰를 확보해 왔다"며 "이제 전통 금융이 이더리움 생태계와 연결돼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금융의 본질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본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는 오랜 기간 이 역할을 수행해 왔고, 디지털자산 시대에도 이를 책임 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DB증권은 실제 사업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뒤 올해 5월 정규 조직으로 전환했다.
부산에서는 탄소 감축 사업을 STO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DB증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해 부산 지역 에너지 절감 설비를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증권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옵티미즘 재단과 손잡고 제주로도 진출한다. DB증권은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옵티미즘 재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제주 특화 STO·RWA 사업 및 글로벌 협업 모델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마트팜과 축산 등 제주 지역의 실물자산, K-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을 토큰화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더리움 재단과 관련된 인사들도 대거 집결해 기관 인프라로서의 이더리움을 강조했다. 아드리안 리 이더리움 재단 아시아태평양 정책 총괄은 "우리는 그간 탈중앙화와 견고성을 토대로 사용자와 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왔다"며 "퍼블릭 블록체인은 글로벌 유동성과 기술 혁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이더리움이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금융 레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비트마인은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약 4.8%인 약 585만개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서사를 이미 만들었다"며 "이제 금융과 인공지능(AI)을 위한 21세기형 디지털 아키텍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톰 리 회장은 "돈은 이미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되고 있다"며 "토큰화는 단순히 자산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거래와 유동성 확대, 자본 효율성 제고를 가능하게 하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AI 확산도 이더리움 활용성을 키울 변수로 꼽았다. 톰 리 회장은 "AI 에이전트가 더 많은 역량을 갖추고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거래의 규칙을 강제하고 돈을 다룰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진다"며 "블록체인은 그러한 거래와 가치 이전을 포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셉 루빈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겸 컨센시스·메타마스크 창업자는 한국 시장에서 이더리움 기반 금융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한 최대 과제로 기관의 준비와 이해도를 꼽았다.
그는 "기관들이 이더리움 생태계가 만든 기술과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려면 먼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해가 부족한 기관들이 적절한 시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규제 인프라와 정합성을 맞춰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 방향을 살피면서 한국의 제도와 시장 환경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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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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