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실 관리'에 멈춘 증권사 디지털 혁신

오피니언 기자수첩

'내실 관리'에 멈춘 증권사 디지털 혁신

등록 2026.09.18 14:35

노영현

  기자

올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13건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험 줄어인프라 변화 발맞추기 위한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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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사들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활용이 지난해 대비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핀테크·혁신금융 등 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제도다.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고 규제로 인한 사업화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징검다리인 셈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해 초부터 이번달 17일까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 위탁테스트 등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건수는 13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78건)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그렇다고 올해 증권사들의 핀테크·혁신금융 분야 등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증시 호황을 맞아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19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502억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증권사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주식 소수단위 거래, AI(인공지능) 기반 투자정보·전략 제공, 외국인 통합계좌 등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고객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클라우드(SaaS) 기반 임직원 협업 도구, 보안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내부망에 적용해 서버 안정성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잡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AI 기반 실시간 음성 상담 서비스, 어닝콜 실시간 텍스트 변환 서비스 등도 출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앞다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제출하던 증권사들은 올해 서비스 발굴보다 기존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분위기다. 상반기 거래대금 증가로 접속 트래픽이 늘면서 전산 오류 발생 가능성이 커졌고 특히 최근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 개장에 맞춘 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전산 장애가 잇따르자 피로감도 한층 고조된 탓이다.

단 국내외 금융사들이 AI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에 빠르게 나서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혁신을 위한 시도가 위축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나 단기적인 시스템 안정성에만 역량을 집중할 경우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내년부터는 토큰증권(STO)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금융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본격적으로 마련된다. 규제 환경이 변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는 만큼 증권사 역시 안정성과 혁신을 별개의 과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내실 관리'와 혁신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미래 금융 인프라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디지털 혁신'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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