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기선·빌 게이츠 SMR 동맹···HD현대, 원자로 용기 연 2~3기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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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빌 게이츠 SMR 동맹···HD현대, 원자로 용기 연 2~3기 생산

등록 2026.08.14 16:20

수정 2026.08.14 16:54

이승용

  기자

테라파워 기술·HD현대 제조·현대건설 EPC 담당노후 원전·AI 데이터센터 수요 겨냥 美시장 공략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빌 게이츠 회장이 네 번째 만났다. 이번에는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가 핵심이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핵심 설비를 만들며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 협력 구조를 구체화한다. 기술 개발을 넘어 제조와 건설까지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확보해 미국 SM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회동했다.

세 회사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원자로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를 제작하며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구체화한다.

HD현대는 특히 제조 분야를 맡아 미국 SMR 공급망에 직접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HD현대와 테라파워의 협력은 단순한 업무협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2024년 12월에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이후 제조 타당성, 가격 경쟁력, 납기 등을 검토하며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했다.

올해 들어 협력 범위는 한 단계 더 넓어졌다. HD현대는 지난 5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의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달 현대건설까지 합류하면서 원자로 기술과 핵심 설비 제조에 EPC를 더한 3자 협력체계가 갖춰졌다.

HD현대가 SMR 사업에서 노리는 것은 원자로 기술 자체보다는 제조 경쟁력이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의 4세대 SMR이다. HD현대는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축적한 후판 가공과 용접, 정밀 제작, 품질관리 역량을 원전 주기기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 대형 구조물을 정밀하게 제작해 온 생산 기반을 원전 산업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원전 사업에서 설계 기술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핵심 기자재 제조를 통해 장기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확장의 장점이다.

현대건설이 EPC를 맡으면서 사업 모델도 달라졌다. 단순히 원자로 부품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실제 발전소 건설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서 첫 나트륨 원자로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향후 미국 내 후속 SMR 사업에서 제조와 EPC를 동시에 맡을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이 SMR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배경에는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원전 설비용량의 약 25%를 보유한 원전 대국이다. 1970년대부터 가동된 원전이 많아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원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규모를 줄이고 공장에서 주요 설비를 제작할 수 있어 이런 수요에 대응할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가 육상용 SMR을 넘어 해상용 SMR과 원자력 추진선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업에서 확보한 제조 역량을 원전으로 확장하면 선박과 발전소를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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