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35억7790만원 공시···시행사·명의상 매수인 공모허위 계약·담보 분쟁에 정상 여신 위장···수법 다층화수사·소송 거쳐 뒤늦게 발견···거래 구조 검증 과제로
대형 횡령 사고를 계기로 은행권이 임직원 내부통제를 강화한 사이 금융사고의 무게중심이 외부 대출사기로 옮겨가고 있다. 허위 계약과 담보 분쟁 은폐부터 해외 위탁업체의 상환금 미정산까지 사고 지점도 대출 전 과정으로 넓어지면서 은행권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13일 뉴스웨이가 각 은행 공시를 집계한 결과, 올해 신규 공시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가운데 외부인 사기 또는 사기 혐의로 유형이 확인된 7건의 공시액은 1795억1833만3000원이다. ▲기업은행 해외 사고 833억7604만원 ▲산업은행 583억4799만3000원 ▲기업은행 국내 사고 182억2100만원 ▲우리은행 98억7100만원 ▲하나은행 39억9994만원 ▲국민은행 35억7790만원 ▲신한은행 21억2446만원을 합산한 수치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 금융업권에서 횡령·유용은 208건, 2051억9000만원 발생했다. 같은 기간 금융사기는 253건, 5052억8200만원이었다. 금융사고의 기존 축인 횡령·유용도 여전히 많지만, 은행권에서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허위서류를 활용한 대출사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공시된 KB국민은행의 35억7790만원 규모 금융사고도 대출사기 사례다. 부동산 시행사와 명의상 매수인들이 대출 과정에서 공모해 벌인 일로, 사고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이어진 뒤 영업점에서 발견됐다. 손실 예상액은 미확정이며 수사기관이 조사 중이다.
계약서는 맞아도 거래는 가짜···담보 권리관계까지 숨겨
우리은행 사고에서는 실제 할인분양 사실을 숨긴 위조 상가 분양계약서가 제출됐다. 사고 발생 기간도 당초 2024년 8월 19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에서 2025년 4월까지로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조사 확대 과정에서 동일 수법의 추가 사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 사고에서는 시행사와 수분양자가 이면계약을 맺고 실제보다 높은 금액의 분양계약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두 은행 모두 최초 공시 이후 수사와 추가 조사 과정에서 사고액이 크게 늘었다. 서류의 형식적 진위뿐 아니라 실제 분양가와 계약금·중도금의 흐름을 교차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담보의 실질적인 권리관계를 숨긴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공시한 21억2446만원 규모 사고는 2021년 3월 발생했지만 민사소송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5년 만에 드러났다. 하나은행도 같은 달 차주가 담보물 소유권 분쟁을 숨긴 39억9994만원 규모 사고를 공시했다.
지난해 초에는 세종 전세사기 조직이 세입자 명의를 도용해 KB국민은행·신한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SC제일은행을 동시에 노렸다. 의심 차주와 임대인, 중개인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으면 한 은행이 당한 수법이 다른 은행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체 없던 대출도 사기 혐의···해외서는 상환금 사라져
KDB산업은행은 지난 10일 583억4799만3000원 규모 기업금융에 외부인 사기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경찰 통보로 사고를 인지할 당시 해당 대출은 연체가 없는 정상 여신이었다. 정상 상환 여부만으로는 거래 실체와 자금 용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해외 현지 비대면 소액대출 프로그램에서 833억7604만원 규모 외부인 사기 혐의를 공시했다. 제휴 금융회사가 업무를 맡긴 현지 플랫폼 운영업체가 차주의 상환금을 별도 계좌로 받은 뒤 기업은행에 정산하지 않은 혐의다. 국내 대출사기와 달리 차주가 갚은 돈을 중간 업체가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핵심이다.
은행보다 경찰이 먼저···공시액과 실제 손실은 구분해야
발견 경로도 은행권의 과제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국내 사고는 수사기관의 자료 요구로, 산업은행 사고는 경찰 통보로 드러났다. 신한은행 담보 사고도 민사소송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상시 감시보다 외부 수사와 소송을 거쳐 뒤늦게 인지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은행 역시 정교한 위조와 조직적 공모의 피해자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공시한 허위 이체확인증 이용 잔금대출 사고는 공시금액이 350억원이었지만 손실 예상액은 1억9538만원이었고 담보물 매각 등을 통해 약 99%를 회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시액과 확정 손실액은 달라질 수 있다"며 "공시액을 보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손실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든 거래를 같은 강도로 실사하면 정상 차주의 대출이 지연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같은 시행사와 중개인을 통한 대출이 반복되거나 수사기관이 알릴 때까지 사고를 몰랐다면 거래 구조와 사후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부통제 범위도 직원에서 차주·시행사·중개인·플랫폼으로 넓혀 대출 집중도, 담보 권리관계, 자금 사용처와 상환금 이동 경로까지 살펴야 한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관련 금융사기는 사후 조치보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점검이 중요하다"며 "영업 조직과 리스크 관리 조직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상시 점검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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