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글로벌 투자 환경과 규제 간극 부각외국인 거래 확대 위한 인프라·규제 표준화 중요디지털자산 시장 개방과 LEI 도입 논의 필요성
최근 한국은 12번째로 MSCI 선진국 지수(Developed Markets Index) 편입에 실패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시장 규모나 기업 경쟁력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MSCI가 꾸준히 지적해 온 핵심은 조금 다르다. 바로 시장 접근성(Market Accessibility)이다.
MSCI는 이번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검토'에서 18개 평가 항목 중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절차,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등 5개 항목에서 여전히 '개선 필요'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원화의 역외 실물 인도(deliverable) 불가능, 야간 외환시장의 유동성 부족, 공매도 관련 운영 부담을 핵심 걸림돌로 꼽았다.
결국 12년째 같은 이야기다. 글로벌 자본은 좋은 시장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시장으로 흐른다. 외국인 투자 절차의 복잡성, 외환시장 접근성, 규제의 예측 가능성, 그리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투자 인프라가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자금이 시장을 선택하는 기본 조건이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MSCI 편입 여부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같은 질문은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디지털자산 시장 중 하나다. 이용자 계정 1113만개, 반기 외부 이전 규모 107조3000억원,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 개인이나 해외 법인이 국내 거래소를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여러 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 초 상장법인 대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유했다.
투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5% 이내, 허용 자산은 국내 5대 거래소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으로 제한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지연 등의 영향으로 현재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의 거래 허용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개인의 국내 거래소 계좌 개설 허용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과 해외 법인의 국내 거래가 확대된다면, 단순히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 이상의 변화가 기대된다.
첫째,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중심의 시장에 글로벌 참여자가 늘어나면 거래량 증가뿐 아니라 호가 스프레드 축소와 가격 발견 기능 개선 등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재 한국 거래소는 높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투자자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글로벌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한국은 단순한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셋째, 컴플라이언스 인프라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기관과 해외 법인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시장은 더 높은 수준의 AML, KYC, KYB, 트래블 룰, 규제 보고 체계를 요구하게 된다. 시장 개방은 규제 부담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국인 개인보다 더 큰 변화는 해외 법인의 국내 시장 참여 확대다. 하지만 해외 법인이 여러 거래소와 금융회사에서 동일한 법인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식별체계가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표준이 바로 LEI(Legal Entity Identifier)다.
LEI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적인 감독을 위해 도입된 국제 표준 법인 식별번호다. 쉽게 말하면, LEI는 법인의 여권번호다. 어느 나라 거래소에 가든, 어느 감독기관에 보고하든, 하나의 번호로 '이 법인이 누구인지'를 증명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 증권, 채권 거래와 각종 규제보고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LEI는 ▲법인 신원 확인 ▲거래소 간 동일 법인 식별 ▲감독기관의 거래 분석 ▲AML 및 규제보고 체계의 표준화 ▲국가 간 데이터 연계까지 하나의 표준으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12월부터 가상자산 국경 간 이전 사업자의 등록과 거래 내역 보고가 의무화되고, 2027년부터는 OECD CARF(암호자산 보고체계)에 따른 국가 간 자동 정보 교환이 시작된다. 법인 간 거래가 확대되고, 국경 간 보고 체계가 본격화될수록 LEI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코드(CODE)는 2023년 한국예탁결제원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LEI 발급 및 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트래블룰(Travel Rule)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사업자들이 국제 표준에 맞는 법인 식별체계를 갖추고, 거래 상대방과 감독기관 모두에게 효율적으로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장 개방은 종종 리스크의 관점에서만 논의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사는 개방과 국제 표준의 도입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여왔음을 보여준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논의가 단순히 주식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 역시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거래가 발생하는가보다 글로벌 투자자가 얼마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인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MSCI가 한국 주식시장에 12년째 던지고 있는 질문을 디지털자산 시장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다. 우리 시장은 글로벌 자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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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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