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SK하닉 물스트레스 '중상'···반도체 메가팹 '용수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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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닉 물스트레스 '중상'···반도체 메가팹 '용수 확보전'

등록 2026.08.13 15:20

고지혜

  기자

삼성 DS사업장 '중상'···SK 청주는 '상'메가프로젝트로 신규 용수 수요 급증 전망정부 인프라 지원·기업 재이용 확대 '투트랙'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가팹 증설에 나선 가운데 '물'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주요 국내 생산거점 상당수가 이미 물 부족 위험이 높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대규모 증설을 위한 용수 확보가 전력과 함께 핵심 인프라 과제가 되고 있다.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주요 국내 반도체 생산거점은 세계자원연구소(WRI)의 'Aqueduct Water Risk Atlas' 기준 물스트레스가 'Medium-High(중상)' 이상으로 평가됐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은 '중상', 청주 사업장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상'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 DS부문의 기흥·화성·평택·천안·온양 사업장도 모두 '중상' 지역으로 분류됐다.

물스트레스는 지역별 가용 수자원 대비 농업·생활·산업 등의 취수량을 비교해 물 부족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다. 등급이 높을수록 한정된 수자원을 둘러싼 수요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가뭄이나 대규모 산업시설 증설이 겹칠 경우 용수 확보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앞으로 필요한 물의 양이다. 반도체는 웨이퍼 세정에 사용하는 초순수부터 냉각과 각종 설비 운영까지 공정 전반에서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용수 다소비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팹 1기 가동에 하루 약 13만~15만톤의 용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메가팹 건설을 추진하면서 용수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지와 전력을 확보하더라도 취수원과 관로가 생산시설 가동 시점에 맞춰 갖춰지지 않으면 팹을 완공하고도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이 한 지역에 집중될수록 산업용수 수요가 급증해 기존 수요처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신규 반도체 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공장 건설과 용수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용수를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메가특구 조성과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하며 연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용수뿐 아니라 전력·교통 등 산업단지 기반시설과 정주 여건을 함께 확충하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부도 반도체 공장 건설 과정에서 전력·용수·입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직접 조율하는 '디벨로퍼' 역할을 맡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추진되는 서남권에는 2030년까지 하루 65만톤 이상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규 서남권 반도체 거점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도 정부가 최대 100%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들도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재이용을 확대하며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증설에 따른 용수 수요 증가에도 국내 5개 제조사업장의 2030년 취수량을 2021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효율 설비 도입과 세정 공정 내 재사용수 확대, 냉각수 시스템 최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수처리수도 새로운 수원으로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수원·화성·오산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물을 고도 정화해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에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수자원의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대체 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용·폐수 절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취수부터 사용·처리·재이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까지 2020년 대비 취수량 집약도를 35% 낮추고 2030년까지 누적 수자원 절감량 6억톤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용수 확보에 나서는 것은 반도체 투자의 병목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생산시설을 지을 부지와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대규모 메가팹 시대에는 막대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시설까지 갖춰야 투자 계획이 현실화할 수 있다.

결국 반도체 투자 경쟁의 승부처가 '좋은 부지를 확보했느냐'에서 '전력과 물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느냐'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메가팹은 막대한 용수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만큼 기업의 물 절감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취수원·관로 구축이 적기에 이뤄지는지가 향후 증설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장도 수자원 여유가 넉넉한 상황은 아닌데 신규 팹까지 대규모로 들어서는 만큼 용수 확보가 앞으로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부지 확보만큼 취수원과 관로를 제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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