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 심사·관리 엇박자에 의문 제기사후심사·경과 공개 등 정보 제공 강화 요구업계 "유지 기준 명확화가 투자자 신뢰 핵심"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한 해외 코인들이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자율상장 체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거래소들의 대응이 엇갈리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후심사 기준과 판단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하락세로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마트를 포함해 100여개의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이 중 대다수는 시장 구조에 취약한 가상자산 프로젝트 개발사들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상장된 다수 프로젝트들 또한 상장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토리지 코인이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4년 설립된 프로젝트인 스토리지의 개발사 스토리지랩스는 지난달 27일 미국 법원에 챕터11(Chapter 11)을 신청했다.
문제 생기면 '유의'···무브먼트, 봉크는 왜 판단 달랐나
챕터11은 통상적인 청산 절차와 달리 법원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회생 절차다. 스토리지랩스의 파산 신청으로 국내 거래소들은 같은 달 28일 STORJ를 거래유의종목으로 공동 지정했다.
반면 비슷한 사례의 코인 무브먼트에 대해서는 한 달 가까이 되도록 거래소가 유의 종목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동시 상장된 무브먼트 코인의 개발사 무브먼트 랩스도 지난달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무브먼트 측은 현 개발·운영 주체인 무브 인더스트리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무브 인더스트리즈는 지난해 무브먼트 랩스 조직 개편 이후 생겨난 법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거 전력으로 인해 상장 존속이 어렵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난해 무브먼트는 상장과 동시에 내부자 거래, 유통량 문제 등으로 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에서 퇴출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 유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런 혼선은 최근 밈코인 봉크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업비트·빗썸·코인원은 지난달 7일 해킹 사건이 발생한 봉크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거래소들의 결론은 엇갈렸다. 업비트와 코인원은 오는 9월 7일 거래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빗썸은 같은 날 거래유의 지정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해 유의 종목 지정을 해제하고 입금을 재개했다.
국내 가상자산 자율상장 기준의 빈틈
국내 거래소는 개별 심사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지원을 결정하고,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경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논의를 거친다.
DAXA는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통해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를 주요 심사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 상장 자산도 분기마다 유지심사를 하고 부적격 우려가 있으면 유의종목 지정과 소명·재심사를 거쳐 거래지원 종료를 판단하도록 했다.
다만 거래소별 상장 종목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사후관리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상장 공시 플랫폼 에피와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코인은 총 768개다. 중복 상장을 포함해 빗썸 502개, 코인원 398개, 업비트 356개, 코빗 205개, 고팍스 109개 순이다. 그중 단독으로 상장된 코인은 214개로, 30% 정도가 개별 거래소의 심사와 관리 체계에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거래소들이 신규 투자자 유입과 거래량 확대를 위해 종목 수 경쟁에 나설수록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후 심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무브먼트는 이더리움 레이어2 확장을 시도했으나 내부자 거래 이후 해외송금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이처럼 거래소가 상장 당시 평가한 기술·사업 구조와 현재 프로젝트의 실질이 달라졌다면 상장 유지심사에서 어떻게 반영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상장 이후 발생하는 중대한 위험의 공시와 대응"이라며 "투자 판단을 바꿀 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거래소는 유의 지정 여부뿐 아니라 검토 경과와 판단 근거를 투자자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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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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