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20년 장기임대 판 깐 정부···'임대 강자' 부영의 복잡해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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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장기임대 판 깐 정부···'임대 강자' 부영의 복잡해진 셈법

등록 2026.08.13 15:23

주현철

  기자

20년 이상 공공지원민간임대 신설···장기임대 금융지원 확대기금융자 한도 가구당 2억원···장기 모기지로 자금 부담 완화임대주택 23만가구 공급한 부영···신규 사업 참여 여부 주목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정부가 민간 임대주택의 장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20년 이상 임대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 모델을 새로 도입하면서 국내 최대 민간 임대사업자인 부영그룹의 사업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부영은 그동안 임대주택을 주력으로 사업을 이어온 만큼 제도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임대료 규제와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구조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13 공급대책을 통해 기존 10년형 공공지원민간임대에 더해 20년 이상의 법인형 장기임대 모델을 신설한다. 기업이 장기간 임대주택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체계를 새로 마련해 민간의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민간 주택 공급 금융은 분양사업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임대주택처럼 자금 회수 기간이 긴 사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임대료 규제로 사업자가 적정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기 임대주택 공급의 걸림돌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활용한 '임대주택 담보 장기 모기지 상품'을 신설한다. 건설기간 3~4년과 임대운영기간 20년 이상을 합쳐 최장 24년간 시중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HUG가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해당 상품을 유동화해 사업자에게 장기 고정금리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20년형에는 기존 10년형보다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기금출자 한도는 10년 임대가 총사업비의 11%라면 20년 임대는 14%를 제공하고, 기금 융자한도도 각각 최대 1억2000만원과 2억원, 금리는 2.6∼3.4%와 2.0∼2.8%로 차등화했다.

임대료 운용에도 차이를 둔다. 20년형의 최초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5% 수준으로 정한다. 임차인이 바뀔 경우에도 시세의 95%까지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 10년형이 임차인 변경 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장기 운영에 따른 사업자의 임대료 운용 부담을 일부 낮춘 것이다.

부영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 방식과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부영그룹은 창립 이후 공급한 약 30만가구 가운데 23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 국내 대표적인 민간 임대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도 현재 공급 중인 임대아파트 7만5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입주민 거주기간을 조사하는 등 임대주택을 주요 사업 기반으로 유지하고 있다.

장기간 임대주택을 직접 운영해온 경험도 강점이다. 부영은 현재도 10만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대차 계약과 주택 유지·보수 등을 직접 관리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부영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평균 거주기간이 6.72년으로 나타났고, 20년 이상 거주한 가구도 4000여가구에 달했다.

특히 이번 제도는 장기 임대사업자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던 자금 회수 기간과 금융비용 문제를 정부가 직접 보완했다는 점에서 부영과 같은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사업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다. 기존 임대주택 운영 경험을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영이 실제로 20년형 사업을 대규모로 확대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장기 임대는 분양사업처럼 단기간에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렵고, 장기간 자산을 보유하면서 유지·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임대료 규제 역시 사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다.

임대료 규제 역시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최초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5% 수준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초기 임대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임차인 변경 시 시세의 95%까지 조정할 수 있지만, 장기 보유에 따른 비용과 수익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분양전환을 통한 수익 실현 시점이 늦어진다는 점도 기존 임대사업과 다른 변수다. 20년 이상 운영을 전제로 하는 만큼 사업자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해야 해 자금 회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초기 자금 부담이 줄더라도 장기적인 자산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부영의 사업 성격을 고려하면 제도 활용 가능성은 다른 건설사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오랫동안 임대주택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왔고, 올해에도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 정책에 맞춰 서울 주요 사업장 등의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임대주택 중심의 사업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공급한 30만가구 가운데 23만가구가 임대주택이라고 밝히면서 민간 임대주택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부영 입장에서는 '임대주택 운영 경험'과 '정부의 장기 금융지원'이라는 장점과 20년 이상 자금이 묶이는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장기 임대사업의 금융 구조를 새로 마련한 만큼 부영이 이를 활용해 신규 사업에 나설지 주목된다.

부영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정책인 만큼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며 "향후 제도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업 추진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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