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하루 100원씩 뛰는 기름값··· 택시기사는 '차 세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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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원씩 뛰는 기름값··· 택시기사는 '차 세울 판'

등록 2026.03.07 09:59

이승용

  기자

휘발유·경유 1900원대··· 전쟁보다 빠른 가격표'2~3주 시차'는 어디로··· 선반영 논란 재점화정유사·주유소 책임 공방 속 정부, 최고가격 검토

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

주유소 전광판 숫자가 하루에 100원씩 튀자, 핸들을 밥줄로 잡고 사는 사람들부터 흔들렸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모(69)씨는 "중동 전쟁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름값은 벌써부터 가파르게 치솟아 운행을 해도 수익이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상분을 대충 계산해보니 월 유류비가 80만원쯤 더 나가, 차라리 운행을 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기름이 들어와 반영될 시간도 아닌데 뉴스 뜨자마자 가격표부터 바뀐다"는 불만이 번지고 있다.

실제 6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는 1866원, 경유는 1818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서울 평균은 휘발유 1925원, 경유 1945원까지 올라섰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8월 초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고, 경유 가격이 1900원을 돌파한 것도 지난 2022년 12월 초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전쟁은 멀리서 발발했는데 가격표는 바로 옆에서 먼저 때렸다는 원성이 커지는 이유다.

불만의 핵심은 '가격이 오르는 것' 그 자체보다 '왜 이렇게 빨리 오르느냐'에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려면 2~3주 정도 시차가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원유를 들여오고 정제하고 유통망을 타고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동 긴장 고조 소식이 퍼지자마자 휘발유·경유 가격이 먼저 움직이면서 소비자들은 정유사와 주유소를 향해 "또 선반영이냐"는 의심을 쏟아내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영 주유소 비중이 큰 구조에서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제하면 리터당 남는 돈이 몇 원 수준에 불과한데,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먼저 올라와 소매가격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선 "가격은 본사가 정하고 우리는 고지서를 받는 쪽"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반대로 중동 지역 불안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붙고, 전쟁 이후 '미리 채워두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빠르게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결국 소비자는 '선반영 상술'을 의심하고, 주유소는 '정유사가 먼저 올렸다'고 말하며, 정유사는 '수요·불안 심리'를 지목하는 삼각 공방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정부는 급등 조짐이 보이자 가격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 6일부터 범부처 시장점검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가짜석유 판매, 매점매석 등 불법 유통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불공정 거래나 폭리 논란이 확인되면 고발 조치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객관적으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가격이 급등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가격 지정제' 검토를 지시했고, 부당 인상과 바가지 요금 논란에 대해 제도적 대응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담합 조사 가능성과 매점·매석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업계 긴장감도 높아졌다.

다만 이런 정부의 '개입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불신을 더 키운다. 지난 2023년 10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커졌을 때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1800원 선을 위협했고, 정부는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라는 국민 지적이 있다는 점을 정유업계에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의심이 다시 등장했다는 건 시장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그 사이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은 지도를 흔들지만, 기름값은 가계부를 흔든다. 특히 택시·화물처럼 연료비가 생계와 직결된 사람들에겐 가격표의 100원이 하루 수익을 깎아먹는다. 결국 시민들이 묻는 건 단순하다. 기름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왜 이번엔 그렇게 '먼저' 올랐느냐는 것이다.

유가가 진짜로 뛰기 전에 가격이 먼저 뛰는 시장이라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건 '불신의 확산'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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