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하반기 수주만 3조원···삼성전기, AI 부품 공급난에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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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수주만 3조원···삼성전기, AI 부품 공급난에 '귀한 몸'

등록 2026.11.04 17:13

고지혜

  기자

하반기 장기공급계약 3.18조···올해 수주의 61% 집중'제2의 MLCC' 인덕터도 대형 수주···신사업 성과 가시화판가 인상에 엔비디아 투자 지원까지···협상력 강화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삼성전기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MLCC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장기공급계약을 확보한 데 이어 차세대 성장동력인 인덕터까지 수주 영역을 넓혔다. 고성능 부품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고객사들이 가격 인상을 감수하고 생산시설 투자비까지 지원하는 등 삼성전기의 협상력도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10월까지 총 8건, 약 5조18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6건, 약 3조1800억원이 7~10월 넉 달 사이에 집중됐다. 올해 공시된 전체 장기공급계약 금액의 61.2%에 해당한다.

이 같은 수주 확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부품 시장의 수급 구조가 달라진 영향이 크다. 과거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스마트폰과 PC 등 전방산업의 업황에 따라 수요와 가격 변동이 컸지만, 최근에는 AI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핵심 부품으로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AI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고용량 MLCC와 고성능 칩을 연결하는 패키지기판의 수요가 늘어나지만,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공급 부족에 따른 수혜도 집중되는 모습이다.

수주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체결한 2850억원 규모의 MLCC·인덕터 공급계약은 기존 수주와 결이 다르다. 파워인덕터는 삼성전기가 2023년부터 '제2의 MLCC'로 낙점하고 육성해 온 제품이지만 그동안 대형 수주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번 계약에서 인덕터의 개별 수주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MLCC에 집중됐던 대형 수주가 신사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인덕터 단독 수주와 고객사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급 부족은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MLCC 시장 1위인 일본 무라타가 가격 인상에 나선 데 이어 삼성전기도 올해 4분기부터 일부 고객사에 대한 판가를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고객사들이 가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기로서는 출하량 확대에 더해 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객사들이 생산시설 투자비까지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공동 투자를 통해 세종과 부산 사업장에 AI 반도체 패키지기판 전용 생산라인을 확충하기로 했다. AI 반도체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탑재할 기판이 부족하면 출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엔비디아가 직접 생산능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가 추진하는 세종과 베트남 생산시설의 총 6조7800억원 규모 증설 역시 글로벌 고객사의 투자금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을 기반으로 한다. 삼성전기로서는 대규모 증설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면서 향후 생산 물량의 수요처까지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신규 설비 가동 이후 수요 부진에 따른 가동률 하락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구조다.

고객사들의 공급 물량 선점이 본격화하면서 중장기 실적에 대한 가시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약 50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의 중이며, 내년 MLCC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장기계약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업황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흔들렸던 사업에서 안정적인 공급 물량과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덕터 등 신사업으로 수주가 확대되고 고객사의 투자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AI 호황이 삼성전기의 중장기 수익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고부가 MLCC의 생산능력 부족이 장기공급계약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FC-BGA 설비투자금의 약 80%도 고객사 지원금으로 충당 등 병목이 가장 심한 MLCC와 FC-BGA 양축에서 견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며 "공급자 우위 시장의 초입으로 매 분기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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