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 자체 콜드월렛 비율 강화커스터디 업체, "제3자 수탁 확대" 강조일각선 중앙화 거래소 쏠림 현상도 관측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대 자산이 탈취되면서 업계의 보안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자산 비정상 출금과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면서 사고 이후 보상을 넘어 자산 보관·이동 과정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전 국내 거래소 사업자들을 긴급 소집해 보안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금융위는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이고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과 추가 보안 대응인력 확보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준비금 추가 적립 등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보안 강화 조치도 당부했다.
국내 거래소 보안 재점검···콜드월렛 비율 끌어 올린다
이번 점검은 바이낸스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약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된 데 따른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사고 원인으로는 임직원의 업무용 노트북 침해를 통한 내부 시스템 접근과 거래 승인·서명 체계에 대한 비인가 접근 가능성이 제기됐다.국내 거래소 역시 보안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약 44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외부 지갑으로 비정상 출금되는 사고를 겪었다. 최근에는 빗썸의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침입당해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고팍스와 코인 거래소 프라뱅에서도 각각 개인정보 유출과 자산 탈취가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거래소의 보안 관리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금융당국이 주문한 콜드월렛 보관 비율은 기준치인 80%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업비트는 99.17%, 빗썸은 94.76%, 코인원은 85.00%, 디지털엑스는 82.79%, 고팍스는 80.54%였다.
각 거래소는 일제히 보안 체계 점검과 보완에 나섰다. 업비트는 콜드월렛 비중을 99%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주말에도 보안 인력이 상시 대응하고 시스템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다.
빗썸은 우선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다우오피스 사용을 중단하고 비정상 로그인과 의심 출금을 24시간 감시에 나섰다. 또한 사고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발사와 취약점을 보완하고 외부 공개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로 빗썸 투자자보호 센터 홈페이지의 경우 지난주께 보안 점검에 들어가며 혹시 모를 취약점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코인원은 보안 실태 점검과 모니터링 강화, 사내 방화벽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초 보안 규정 체계를 정비한 디지털엑스는 망 분리와 다중 인증을 적용하고 임직원 접근 권한을 업무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가상자산 사업자 대표는 "당국에서 거의 매일 취약점 점검 목록이 내려오고 있다"며 "각 점검 항목에 맞춰 보안 상태를 확인하고 최대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거래·보관 분리론 부상···외부 위탁도 위험 점검해야
해킹 사고가 반복되면서 거래소의 매매 중개와 자산 보관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수탁사인 커스터디 업체에 보관을 맡겨 위험을 분산하고 자산 이동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자는 취지다.한 커스터디 업체 관계자는 "권한 시스템 분리와 거래주소 검증, 다중·분산 승인으로 자산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래와 보관을 분리하고 보관부터 이동·승인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외부 위탁이 새로운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거래소 자체 시스템에 문제가 없더라도 위탁업체의 인프라나 양측을 연결하는 승인 절차가 공격받으면 자산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2024년 7월 인도 거래소 와지르엑스에서는 외부 지갑 인프라 업체 리미널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다중서명 지갑에서 약 2억3500만달러가 탈취됐다. 이 과정에서 와지르엑스와 리미널 간 책임 소재 공방이 오고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도 이어졌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관 주체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여러 사람이 승인하더라도 실제 거래 내용과 목적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다중 승인 체계 역시 무력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실 보전 능력도 관건···대형 거래소 쏠림 가능성
이에 따라 보안 투자의 중요성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사업자들로써는 부담이다. 특히 보안 비용과 사고 대비 재원을 동시에 확보하기 쉽지 않다.또 다른 커스터디 업체 대표는 "권한 관리와 내부통제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의지"라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자는 과감한 보안 투자와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도 "보안을 강화하는 방향은 맞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자가 고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내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따라서 보안강화와 별개로 사고 이후 이용자 자산을 돌려줄 재무 여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해킹이 빈번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자금력이 큰 중앙화 거래소로 자산이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안 투자와 손실 보전 능력을 입증한 대형 사업자가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약 15억 달러를 탈취당한 바이비트는 사고 즉시 정상적으로 대규모 출금 요청을 처리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바이낸스도 탈취 자산의 약 95%를 보충하고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초기 약 9시간30분 동안 약 36억4000만달러(약 4조8500억원)이 순유출되면서 인출 수요를 감당할 유동성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킹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보안 투자뿐 아니라 사고 이후 이용자 자산을 돌려줄 수 있는 상환 능력"이라며 "대형 거래소 해킹 사태에서도 결국 유동성이 대형 거래소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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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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