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도 실효성 논란···이억원 "가계부채 관리 불가피""자율 협의라더니 페널티"···대출 총량 규제 법적 근거 공방예금보호 1억에도 은행 쏠림···제2금융권 수신 29.5조 감소

"서울 집값에 비춰보면 6억원이라는 대출 한도가 사실상 큰 보탬이 되지 않는 금액이 됐습니다. 오히려 현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 아닙니까."
가계대출 규제의 실효성과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금융당국을 향한 질의가 쏟아졌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부터 은행권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방식이 사실상 강제 규제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까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주요 잠재 위험 요인인 만큼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6억 대출로 집 살 수 있나"···이억원 "가계부채 더 키워선 안 돼"
이날 주요 은행권 이슈 중 하나는 가계대출 규제였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주택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현행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다면 연착륙하도록 만드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책무 아니냐"며 "서울 집값에 비춰보면 6억원이라는 대출 한도가 사실상 큰 보탬이 되지 않는 금액이 됐다. 오히려 현금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지금 6억원 대출 규제를 넘어 대출을 전면 금지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할 수 있다는 소문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억원 위원장은 "시중에 그런 이야기가 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허위사실이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확답했다.
대출 규제의 필요성을 놓고 양측의 입장은 극명히 엇갈렸다. 신 의원은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고려한 유연한 규제 운용을 주문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잠재 리스크 중 하나가 가계부채가 너무 높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규모를 추가로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미시건전성 측면에서는 상환능력이 있으면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가 있지만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대출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고 공급을 확대해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자율 협의라더니 페널티"···은행 대출 총량 규제 법적 근거 공방
은행권 대출 총량 관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은행들과 자율적으로 협의해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한다면서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사실상 강제적인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규모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한지를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헌법 제37조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칙 등을 언급하며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나 협의 형식을 통해 은행의 영업활동과 국민의 대출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이 자체적인 여신심사와 위험관리 기준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총량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 여부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출이 풀렸다 잠겼다 하는 것은 금융 후진국의 모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개별 은행의 건전성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질의에서는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규모에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총량 관리의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예금보호 1억으로 올렸는데"···은행권 쏠림 '심화'
대출 규제와 함께 시중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금융권으로 예금이 집중되는 사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수신 기반은 약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상호금융권의 총자산 격차는 2023년 말 3.8배에서 올해 6월 말 4.3배로 확대됐다. 당기순이익 격차 역시 2023년 12.3배에서 지난해 15.8배로 벌어졌다.
대출 규모 격차는 2023년 말 2.9배에서 올해 6월 말 3.1배로, 예금 규모 격차는 같은 기간 2.6배에서 2.9배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음에도 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통해 제2금융권 예금자의 불안을 완화하려 했지만 실제 자금 흐름에서는 은행권 선호 현상이 이어진 셈이다.
최근 1년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수신은 총 29조5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은행권 예금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제2금융권이 은행권보다 뚜렷하게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예금보호한도 상향만으로는 수신 기반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상호금융조합의 건전성 악화도 우려 요인으로 제시됐다. 자본잠식 상태인 신협 조합은 2023년 100곳에서 올해 6월 말 216곳으로, 새마을금고는 같은 기간 36곳에서 227곳으로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제2금융권의 수신 감소 배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자금 운용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금을 유치하더라도 이를 운용할 수익성 있는 투자처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모델과 관련 제도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다.
이 금감원장은 "지역금융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 차원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어느 수준까지 관리할 것인지와 함께 은행권으로 집중되는 자금 흐름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출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금융업권 간 균형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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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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