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름값 누가 정하나···정유 4사 '전량구매·사후정산' 도마

산업 에너지·화학 2026 국감

기름값 누가 정하나···정유 4사 '전량구매·사후정산' 도마

등록 2026.10.07 15:46

김제영

  기자

주유소 전량구매 계약과 사후정산 관행 영향시장 경쟁 이상 징후와 개선책 검토공정위, 주유소 구매 선택권 확대 시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가 국정감사 증인석에 나란히 서는 가운데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관행이 도마에 오른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14조2000억원 규모 가격 담합 혐의가 불거진 데 이어 이번 국감에서는 정유사가 주유소의 공급처 선택을 제한하고 실제 공급가격을 사후에 확정하는 거래구조가 가격 경쟁을 제약하는지에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2일 국정감사에 김종화 SK에너지 대표,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안와르 알히즈아지 S-OIL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유 4사 CEO가 한꺼번에 증인으로 채택된 배경에는 대규모 가격 담합 의혹이 있다. 검찰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202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올해 3월 중동전쟁 이후에는 석유제품 공급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산정한 직접 담합 관련 거래 규모는 14조2000억원이다.

GS칼텍스와 S-OIL은 직접 가격을 협의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담합 혐의에서는 제외됐다. 다만 검찰은 두 회사가 앞선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뒤따른 효과까지 고려하면 경쟁제한 규모가 2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담합 의혹뿐 아니라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 관행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개별 기업의 가격 결정 행위를 넘어 공급처 선택과 실제 공급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전량구매계약은 특정 정유사 상표를 사용하는 주유소가 판매 물량의 대부분 또는 전량을 해당 정유사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고 주유소는 브랜드와 영업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계약에 따라 다른 정유사나 석유대리점에서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주유소가 공급처를 바꾸기 어려우면 정유사 간 가격 경쟁이 약해지고, 공급가격을 낮출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제품을 공급할 때 잠정 공급가격을 적용한 뒤 월말이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할인·장려금과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실제 공급가격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이 큰 석유제품 시장에서 활용돼 왔지만, 주유소는 제품을 구매하는 시점에 실제 매입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두 관행이 결합하면 주유소는 공급처 선택에 제약을 받는 동시에 실제 매입가격도 나중에 확정하게 된다. 공급처 간 경쟁을 통해 더 낮은 가격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판매가격을 정할 때도 잠정 공급가격에 의존할 수 있어,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가격 결정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게 핵심 쟁점이다. 이 같은 구조가 공급 단계의 가격 경쟁을 약화하면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거래구조 개선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 앞서 올해 4월 정유 4사와 한국주유소협회가 체결한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개정 표준계약서에는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제품을 월 구매량의 60% 이상 구매하면 나머지 물량은 다른 정유사 제품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하는 혼합구매 기준이 담겼다. 혼합구매를 이유로 정유사가 가격이나 물량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했다. 공급가격은 주유소가 발주한 시점에 확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주유소가 사후정산을 요청하더라도 7일 이내에 정산하도록 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사용을 권장하는 방식이어서 강제력이 없다. 제도 개선이 실제 현장에서 주유소의 구매 선택권을 넓히고 사후정산 관행을 바꾸고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국감에서는 가격 담합이라는 개별 기업의 행위를 넘어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거래구조 자체가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처 선택과 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담합 여부와 별개로 석유제품 시장의 구조적 경쟁 제한 문제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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