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강세 지속···내년 1분기도 두 자릿수 상승서버 비중 확대에 장기공급계약 늘어···수요 가시성 높아져eSSD·검사부품·파운드리까지 반도체 수혜 범위 넓어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업황 정점 신호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심으로 수요 구조가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바뀌면서 과거보다 긴 메모리 업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코스닥 세미나 데이에서 "메모리의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장기 업사이클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D램과 낸드 가격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면서 메모리 업황도 과거처럼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 개인용 전자기기 중심의 B2C 사이클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AI 서버가 바꾼 메모리 수요···장기 업사이클 전망
장기 호황의 배경으로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서버 수요 확대를 꼽았다. D램과 낸드 모두 서버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인준 연구원은 "D램에서 서버와 HBM의 합산 비중은 과거 30%대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60% 이상, 장기적으로는 7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낸드 역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포함한 서버 노출도가 내년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eSSD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점도 낸드 업황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제시됐다. 손 연구원은 "4분기 들어 가격 상승률이 오히려 가속화되는 영역이 eSSD"라며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가 낸드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주서 소부장으로···설비투자 수혜 확산
반도체 주식 내에서는 주도주의 무게중심이 대형 메모리주에서 소부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가격 상승률과 실적 추정치의 상향 폭이 이전보다 줄어든 만큼 추가 모멘텀은 설비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장비·부품 업체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손 연구원은 "과거 장비 업종은 2년가량의 급격한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투자가 오랜 기간 이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팹 증설 일정이 2030년까지 고르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투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장비업체의 수주 가시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8년 이후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보다 출하량 증가가 업황을 이끄는 '가격(P) 사이클'에서 '물량(Q) 사이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소부장의 실적 민감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혜 영역도 HBM에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손 연구원은 eSSD 분야에서는 컨트롤러 업체 파두를, 장기 설비투자에서는 전공정 장비주 등을 주요 수혜 영역으로 언급했다. HBM 검사 수요 증가에 따른 프로브카드와 테스트 소켓 시장 확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운드리의 중요성도 향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HBM 고도화 과정에서 베이스다이와 로직 공정의 역할이 확대되는 데다 AI 가속기 수요 증가로 선단공정 생산능력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추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자체는 매우 좋지만 앞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더 큰 쪽은 소부장과 기판 등으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인 설비투자 사이클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 눈높이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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