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술품·음원도 증권시장으로···조각투자 거래판 넓어진다

증권 투자전략

미술품·음원도 증권시장으로···조각투자 거래판 넓어진다

등록 2026.08.18 16:39

이자경

  기자

거래소, 11월 신종증권시장 개설 추진장내·장외 유통 기반 갖추며 증권사도 채비상품 공급·유동성·가치평가 시장 안착 관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미술품과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오는 11월 증권시장에 본격적으로 입성한다. 한국거래소가 장내시장을 새롭게 열고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도 예정되면서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증권사들도 상품 발행과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1월16일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10월6일부터 11월13일까지 6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신종증권은 기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비정형적인 권리를 증권화한 상품이다.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등이 해당한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음원 저작권 등 특정 자산이나 사업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여러 투자자가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대표적이다. 시장이 개설되면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통해 주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신종증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오는 11월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신종증권은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등록된다. 내년 2월4일부터 개정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면 분산원장을 활용한 토큰증권 방식의 발행·관리도 가능해진다. 다만 토큰증권의 구체적인 유통시장과 허용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내·장외 거래판 확대···증권사도 사업 준비

장내시장 출범과 함께 장외 거래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구축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달 비상장주식·조각투자 장외거래 청산결제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오는 10~11월 모의시장 테스트를 거쳐 연내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새 인프라에는 기존 증권시장보다 결제주기를 하루 단축한 T+1이 적용된다. 예탁결제원을 통한 증권사 간 결제도 가능해진다.

장외거래소 출범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코스콤이 참여한 KDX 컨소시엄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이달 본인가를 신청했다. 향후 본인가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코스콤은 장내 신종증권시장과 향후 개설될 장외 토큰증권시장이 서로 보완하는 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유망한 상품이 규모를 키운 뒤 장내시장으로 이전 상장해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장외 토큰증권 시장에서 유망한 조각투자 상품이 인큐베이팅돼 규모를 키우면 이후 장내 신종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해 더욱 큰 유동성을 공급받는 선순환 구조"라며 "두 시장의 유기적인 연계와 활성화는 증권업계에 새로운 자산 취급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관련 사업 준비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투게더아트와 제휴해 조각투자 계좌관리 서비스를 4개 플랫폼으로 확대했다. KDX와 NXT 컨소시엄에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을 활용한 상품 발행도 추진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뮤직카우인베스트와 약 400억원 규모의 음원 지식재산권(IP) 펀드를 결성했다. 현재 음원 IP 매입과 펀드 운용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 개장 일정에 맞춰 상품 발행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술품과 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뿐 아니라 채권 등 정형증권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판 넓어져도 활성화는 별개···상품·유동성 '숙제'

단 시장 출범이 곧 거래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이 꾸준히 공급돼야 거래가 늘어날 수 있으며 장내시장과 장외거래플랫폼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시장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장외거래플랫폼과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 간 역할 정립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양 시장의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이 분산되거나 시장 참여자에게 혼선을 줄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거래소 시장의 높은 공신력과 표준화된 규율 체계, 장외거래플랫폼의 보다 혁신적인 상품 발굴 등 상호 보완적인 구조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거래할 만한 상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현금흐름이나 성장성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거래가 가능한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원·미술·부동산을 넘어 IP, 인프라, 실물자산 등으로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고 증권사의 IB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초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형증권 활용도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정형증권을 먼저 토큰화해 시장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술품이나 음원 등 비정형 자산의 가치평가도 풀어야 할 문제다.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상태 등을 토대로 가치를 따져볼 수 있는 주식과 달리 미술품 등은 적정가치를 평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조각투자가 제도권 시장에 들어오더라도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주식은 기업의 가치가 명확하게 있는 반면 미술품은 누가 그렸는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만큼 가치평가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술품의 경우 미술을 좋아하거나 이를 자산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어 투자자층도 한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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