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모델 수요 둔화 우려는 상당 부분 주가 반영오라클 CDS 등 신용시장 움직임이 AI 투자 지속성 가늠美 10년물 5% 초반 추세 돌파 땐 자산배분 변화 가능성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려면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보다 은행·벤처캐피털(VC)·국부펀드·연기금 등 자본공급자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빅테크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이어갈 유인이 큰 반면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는 금리 상승과 현금흐름 악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투자 보다 자본공급자 영향 살펴봐야"
이은택 KB증권 리서치본부 이사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X 출입기자단-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하반기 증시도 괜찮다고 보지만 이 사이클은 점점 후반부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AI 관련주의 변동성을 키운 프런티어 모델 수요 둔화와 중국 AI 모델의 부상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사안으로 평가했다. 중국산 모델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 프런티어 모델 업체들이 가격을 낮춘 데 이어 일부 중국 업체는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경쟁 구도가 다시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이사는 "프런티어 모델의 수요가 떨어진다는 것도 이미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지나간 얘기일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는 프런티어 모델의 가격 인하와 중국 모델의 가격 인상이 각각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AI 업체들이 추가로 시장을 잠식할 경우 관련주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악재는 일정 부분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는 판단에서다.
AI 투자 자체가 갑자기 멈출 가능성은 낮게 봤다. 최근 시장에서 빅테크가 대규모 AI 설비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빅테크 스스로 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그는 "빅테크가 투자를 더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보다 보면 답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어떤 조건에서 자본공급자가 멈추는지를 보는 것이 투자에서는 더 좋다"고 말했다.
CDS부터 장기금리까지···AI '돈줄' 흔들리는 신호 봐야
최근 시장에서 오라클 등 AI 관련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주목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 이사는 "CDS 프리미엄은 주주보다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중요한 지표"라며 "관련 프리미엄 상승이 최근 시장 조정의 본질적인 배경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자본공급자의 태도가 바뀌는 조건으로는 경기와 금리를 꼽았다. 경기 둔화로 기업 이익이 줄어 상환능력이 약화하거나 국채금리가 높아져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에 자금을 댈 필요가 없어지면 AI 투자로 흘러가던 자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에 앞서 금리가 먼저 오르면서 자본공급자의 투자 판단을 바꾼 사례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 장기 상승장이 무너진 국면에서도 추세적인 금리 상승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1920년대 후반과 1960년대, 1990년대 후반의 세 차례 강세장과 이후 조정 국면을 비교한 결과 모두 금리 상승이 선행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이번이 버블 붕괴라면 금리 상승 없이 버블이 붕괴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상승 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든 금리 상승을 증시 하락의 시작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시적인 지정학적 충격이나 유가 상승으로 금리가 뛰는 경우에는 위험 요인이 해소되면 금리도 다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을 만드는 변수로는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물가가 다시 뚜렷하게 오르면 통화당국이 완화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수요를 낮추기 위한 긴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리 수준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초반이 1차 경계선으로 제시됐다. 이 이사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초반을 추세적으로 돌파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현재의 4% 중후반 금리는 시장이 이미 경험해 본 수준인 반면 5%를 넘어설 경우 2007년 이후 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금리로 올라가면서 투자자의 자산 배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이사는 "하반기 증시의 핵심이 빅테크의 AI 투자 계획 자체보다 그 투자에 자금을 대는 시장의 여건"이라며 "AI 모델 경쟁과 수요 둔화 우려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서 향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높아지는지, 미국 장기금리가 기존 고점을 넘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지, 신용시장에서 자본공급자의 위험 회피가 나타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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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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