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의장-대표' 분리 6개월 만에···대표직 복귀한 진양곤 HLB 의장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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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대표' 분리 6개월 만에···대표직 복귀한 진양곤 HLB 의장의 무게

등록 2026.07.02 11:08

임주희

  기자

윤종선 전 대표, 정식 선임 3개월 만에 돌연 사임그룹 지배구조 역행···HLB그룹 "경영 공백 최소화 위한 선택"

진양곤 HLB그룹 의장 사진=강민석 기자진양곤 HLB그룹 의장 사진=강민석 기자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이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전략(의장)-집행(전문경영인) 이원화' 체제를 도입한 지 6개월 만에 계열사 대표직으로 복귀했다. 회사는 윤종선 전 HLB이노베이션 대표 사임에 대한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선 올해부터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부터 안착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 전략 실행력 제고를 위해 진양곤 의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진 회장은 HLB이노베이션의 경영 전반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한다. 브라이언 김 HLB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기존과 같이 바이오 사업을 맡아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한다.

HLB그룹 창업주이자 19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진 회장은 올해 초 전격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당시 진 회장은 그룹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중장기 전략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각 계열사는 단독 대표이사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HLB이노베이션 수장에는 윤종선 HLB사이언스 대표가 내정됐다. 기존 김홍철 HLB이노베이션 대표는 HLB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윤 전 대표 내정 당시 그룹 측은 윤 대표에 대해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며 그의 경험을 추켜세웠다. 윤 대표는 하이쎌 대표와 호주 바이오메디컬 연구 과정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경영 경력을 쌓았다.

이 같은 경력은 HLB이노베이션의 사업방향과 결을 같이 한다. HLB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센서·전력반도체용 리드프레임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으며 바이오 부문에서는 베리스모의 KIR-CAR 플랫폼 기반 CAR-T 치료제 'SynKIR-110'·'SynKIR-310'이 각각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SynKIR-310의 임상 1상 중간 데이터의 경우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윤 전 대표는 취임 이후 반도체 부품 본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했다. 지난달 4일엔 HLB이노베이션 주식 3000주(약 4500만원어치)를 장내매수하며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HLB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놨다. 윤 대표는 통상 그룹이 퇴임 임원에게 부여해 온 고문 자리도 맡지 않은 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HLB그룹이 지난해 남상우 HLB생명과학 대표이사(HLB그룹 수석부회장)를 고문으로 위촉했던 전례와 비교하며 이번 인사는 일반적인 인사 관행을 벗어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윤 전 대표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사임 사유에 대해 "공개된 내용이 전부다. 직접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HLB그룹 측은 반도체와 바이오 양 축 모두 중요한 시점에서 윤 전 대표의 사임에 따른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다 겸직' 논란으로 '의장-대표' 분리 체제를 도입한지 6개월 만에 진 의장이 계열사 대표 직에 복귀하면서 그 무게감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연초 선언한 지배구조 방향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전 대표의 후임이 다른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본인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진 의장의 인재풀 부족이라는 리스크를 대외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또한 특정 계열사에서 '의장-대표 분리' 체제가 번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그룹 지배구조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2세 경영에서 HLB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올해 2월부터 진 의장은 HLB이노베이션 지분을 장내에서 지속적으로 매수, 진 의장의 차녀인 진인혜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상무는 지난 2월 HLB이노베이션 주식 19만6155주를 취득했다. 장녀인 진유림 HLB 이사 역시 전환사채(CB) 전환권 행사로 같은 규모의 주식을 확보했다. 두 사람이 보유한 HLB이노베이션 지분율은 각각 0.13%다.

사측은 2세 경영에 선을 그음과 동시에 회사의 주요 사업과 경영 현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진양곤 의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HLB그룹 관계자는 "상장회사 대표이사의 경우 등기이사(사내이사) 중에서 선임되어야 하는데,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경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기에 관련 법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통상 1~2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전임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주요 경영 현안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HLB이노베이션은 각자대표 체제인 만큼 브라이언 김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로 경영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현재 반도체 부문은 슈퍼사이클에 대응해야 하고 바이오 부문 역시 핵심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이에 진양곤 의장이 직접 대표를 맡아 책임 경영을 펼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룹 측은 진 의장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룹 전체의 성과와 기업가치에 최종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HLB그룹 관계자는 "의장이 책임을 다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단기적으로 중요한 성과가 기대되거나 중대한 기로에 선 계열사에 그룹의 핵심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며 "여기서 말하는 자원에는 자금과 인력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의사결정권과 실행력을 가진 경영자(진 회장) 본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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