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내부서도 "이젠 합의" 목소리사후조정 앞두고 노조 피로감 확산DX 반발 커지며 노노 갈등 격화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 국면에 들어서면서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피로감과 함께 "적정선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쯤에서 노조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 합의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사후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후조정 결과에 따라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도, 극적 타결을 이룰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앞서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직원들은 노조의 강경 운영에 따른 피로감과 파업 현실화에 따른 막대한 손실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특히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이끄는 최승호 위원장의 강경 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 위원장이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중심의 요구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노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교섭대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적정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까지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고 적정선에서 합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 한 게시자는 "수십조가 얼마인지 당최 감이 안 온다. 파업까지 가면 진짜 리스크가 너무 클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성과급 빠지면 안 되는데 제발 협상 잘 되면 좋겠다"며 노조 지도부에 합리적 결단을 주문했다.
이어 "최승호 위원장도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너무 고집 부리지 말고 어지간히 챙겨받는데까지 받고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런 때 전삼노가 좀 나서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남겼다.
또 다른 게시자도 '이쯤에서 전삼노가 해결해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파업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막상 파업 강행하려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예산 손실이 30조 가까이 된다는데 너무 일 크게 벌어지는 거 아닌지"라고 토로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강경 투쟁의 핵심 동력이었던 DS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합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블라인드 한 게시자는 '메모리형이다 초기업이건 전삼노건 합의하고 나와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메모리 보장하면 합의하고 나와라"라며 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게시자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는 강경 투쟁 노선을 지지해 온 DS부문 내부에서도 파업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변화가 최 위원장의 강경 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감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9일 보도된 바와 같이 초기업노조는 사후조정 안건 선정 과정에서 전삼노가 제안한 '공통재원' 안건을 일방적으로 배제했고, 이로 인해 DX부문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에서는 "DX 입장에선 지금 교섭 결렬돼서 사후조정까지 간 마당에 초기업이 계속 교섭대표를 해야 될 명분이 있나", "교섭권 다시 넘기고 전삼노가 교섭해주면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초기업 욕심에 질렸다 이제"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3대 노조인 동행노조(SECU)는 5월 4일 공동교섭단에서 공식 이탈한 상태이며,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도 11~12일 사후조정이 사실상 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지도부가 명분에 매달려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조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조차 '적정선에서 합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노조의 사회적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승호 위원장이 DS부문 내에서는 '교주급 대우'를 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DS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합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노조 지도부가 현장의 민심을 외면한 채 강경 노선만 고수한다면 과반노조 지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원들이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 손실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의 파업 시 DS부문 매출이 최대 59억달러(약 8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 리서치는 파업 리스크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 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이다.
여론도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4월 27일∼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여론조사공정의 4월 26일∼27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3%가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과도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11~12일 사후조정에서 노조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조차 '이제 그만 하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또다시 명분론에 매몰돼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이는 조합원들의 뜻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보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 지도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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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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