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 법인장 인터뷰1997년 첫 진출 후 브로커리지부터 시작4년 전부터 IB 본격화···올해 DCM 성과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3시. 마천루가 빼곡히 들어선 홍콩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홍콩 법인 사무실은 조용한 열기로 가득했다. 36명에 불과한 직원이 '아시아 금융거점'을 목표로 주식 브로커리지(매매)를 비롯해 자기 자본을 투자해 주식을 거래하는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 해외 대체투자 상품 및 기업금융(IB) 딜 소싱 등 사실상 증권사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었다.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수를 위한 중개업무(인바운드)와 더불어 한국 기관이 홍콩 주식을 사는 아웃바운드 중개도 운영하며, 파생상품 마켓메이킹 비즈니스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36명. 이 중 한국인과 홍콩 현지인을 포함해 현지 직원은 34명, 본사에서 파견 나온 인력은 주명 법인장을 포함해 단 두 명이다. 이들이 거둔 올해 3분기 순익은 172억원이다. 현재 홍콩법인의 매출 비중은 IB·트레이딩이 각각 40%, 브로커리지가 20% 수준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1997년 홍콩에 처음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현지 법인에 힘을 줬던 건 아니다. 홍콩 법인은 2020년 이전엔 브로커리지 사업만 전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홍콩 법인의 IB 업무 확장에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 미래에셋증권에 근무하던 주명 대표를 홍콩 법인에 영입했다. 주 법인장이 대우증권 시절 홍콩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이력을 눈여겨봤다.. 주명 법인장은 4년간 한투 홍콩법인에 근무한 뒤 지난해 말 법인장에 발탁됐다.
현지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글로벌 증권사, 사모펀드(PE) 등이 선점한 홍콩 자본시장에서 한투증권의 입지는 상당히 좁았다.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방법이 자기자본 투자다. 펀드에 자금 출자하며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자 점점 좋은 딜이 들어왔다. 게다가 그간 홍콩 법인을 운영하며 좋은 평판이 누적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작년 말 기준 한투증권 홍콩 법인의 자기자본은 6607억원이다.
주 법인장은 "자기 자본이 있어 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강점"이라며 "2016년 인수 금융을 시작한 이후 8년이 지나면서 트랙레코드가 축적됐고, 노하우도 쌓였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딜을 어떻게 하나라도 더 받아올지 고민했지만, 이젠 어떤 딜을 할건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딜을 선별할 수 있어 사고 위험성도 낮아졌고, 지금은 영업하기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 법인장은 최근 가장 큰 변화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한국물 및 아시아채권 시장 전반을 담당했던 뱅커의 영입을 꼽았다. 이들의 활약으로 현지 한국 증권사 중 최초로 올해 3월 DCM과 마켓메이킹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했다. 올해 1월 몽골 국책 주택금융기관, 7월 필리핀 부동산 개발 기업 비스타랜드의 달러채 발행을 각각 주관했다. 주 법인장은 "한국 증권사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이 발행하는 채권에 주관사로 들어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외국계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노하우도 없지만 그 마켓을 침투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사람들을 떠와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채권 발행 성공 사례를 보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들 역시 관련 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해당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한투 홍콩 법인 역시 확고한 사업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뱅커들을 확대 채용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말 CS 출신 인력을 두 명을 채용하고 올해 들어 DCM에서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 자금으로 할 수 있는 틈새시장(니치마켓)을 찾자, 프론티어 마켓에서 채권 발행을 해보자는 시도였는데,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해 독보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고 강조했다.
한투증권은 2030년까지 순이익에서 해외 사업의 비중을 10%로 높일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 중인 뱅커 및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보유 중인 GP(업무집행사원)·PE·IB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태 지역 영향력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주 법인장은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지만 홍콩 법인이 아시아 모든 법인을 묶는 중간 지주사가 되는 그림을 그린다"며 "베트남 등 현지 법인들은 현지 통화를 들고 있어 어렵지만, 한국 기업들의 현지 달러화 조달을 해줄 수 있는 곳이 홍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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