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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무더기 '셧다운'···철강, 中·내수·환율 '3중고'

산업 중공업·방산 NW리포트

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무더기 '셧다운'···철강, 中·내수·환율 '3중고'

등록 2024.11.20 15:30

전소연

,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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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3분기 합산 누적 영업익 2조원···전년 比 45% ↓국내 철강 내수 감소 현상···내년엔 더 빠질 가능성 높아철강사 "中 영향 안 받기 힘들어···신사업 준비는 착착"

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무더기 '셧다운'···철강, 中·내수·환율 '3중고' 기사의 사진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부진한 업황과 중국의 저가 철강재 밀어내기 여파로 연달아 공장을 폐쇄했다. 또 이들의 부정적 요소인 후판가 하락과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사상 최악의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철강사들이 이차전지소재 등 신사업을 겸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근원 경쟁력(철강)'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철강 3사 잇단 '셧다운'···공급 과잉 직격탄 맞았다


국내 철강업계가 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진입하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업황 부진에 못 이겨 잇따라 공장 문을 닫고 있다.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과잉으로 국내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제품 수요가 떨어진 탓이다.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에만 두 번째 공장 '셧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7월 포스코는 쇳물 성분을 조정하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이어 전날 포항 1선재공장까지 문을 닫으며 제품 생산과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1979년 가동을 시작한 1선재공장은 45년 9개월간 누적 2800만톤(t)의 선재를 생산해 온 곳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못·나사의 재료나 타이어코드, 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됐다. 포스코는 1선재공장에서 생산하던 강재를 포항 2~4선재공장으로 전환 생산하고 소속 직원은 부내 혹은 타 부서로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글로벌 선재시장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공급은 지난해 약 2억t(톤)에 달했으나, 수요는 9000만t(톤)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장기간 공급 과잉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제철도 이달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항2공장 연간 생산규모는 약 100만톤(t)으로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철강업 침체로 가동률이 떨어진 탓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지난달 중 철근공장 가동을 이틀 동안 중단했다. 불황 터널이 길어지면서 철근의 낮은 가격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비용 절감을 위해 야간에만 공장을 돌리고 근무시간도 기존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하는 등의 다방면 노력을 추진했으나, 오히려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철강사들이 잇따라 공장 셧다운에 나선 것은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철강제품 공급 과잉 문제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요 부진으로 철강 제품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했고, 이를 해외 수출로 밀어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상실됐다.

올해 실적까지 부진···1년 만에 실적 추락

사상 최악의 암흑기에 무더기 '셧다운'···철강, 中·내수·환율 '3중고' 기사의 사진

올해 실적도 부진하다. 국내 철강 3사의 올해 1~3분기 합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5조2026억원, 2조397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79조8201억원) 대비 5.7% 줄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4조3843억원)보다 45.3% 감소했다.

철강사들은 올해 3분기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실적 부진의 이유를 ▲건설 경기 둔화 ▲경기침체 우려 심화 ▲중국 저가 철강재 유입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철강 수요 부진 지속 및 가격 하락 영향으로 중국 법인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지난 1997년 세운 중국 법인 '장가항포항불수강' 매각 소식을 알리며 철강업 불황을 다시 한번 알렸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5%가량 급감한 현대제철도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이 증가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 역시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주력 사업인 봉강·형강 부문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하락했다"면서 "후판 부문도 수입산 국내 유입 확대로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올해 3분기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9.6%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철강사들의 실적은 무난한 편이었다. 물론 경기침체 여파로 전방산업에 위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동국제강도 수요 부진 속에서도 두 자릿수 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하반기 실적이 약 30% 하락했으나, 그런데도 봉형강 제품 판매량은 증가했다.

"中 때문에?"···韓 철강, 근원 경쟁력 잃었나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되면서 업계는 국내 철강사들이 근원 경쟁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물론 중국발 과잉 공급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게 주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그 이전에 이미 내수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철강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 속 해외 저가 공세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에 더 타격을 입은 것"이라며 "지난해 평균 5000만톤(t)이던 국내 철강 내수는 현재 4700만톤(t) 수준으로 빠진 상황이며 내년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중국 내에서 가격 증가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생산 규모 등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서 내부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도 저가 공세는 지속되겠으나 원가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철강업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철강업계는 업계 불황이 심한 탓에 실적이 부진한 것이며, 철강사들의 근원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높은 금리와 중국의 내수 시장 부진 등 업계 분위기가 (하락) 반전될 것이란 시그널이 많았다"면서 "중국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수요자인 만큼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강사들은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과 저탄소 사업 위주로 착실하게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철강업계 잡아먹는 후판 값·환율 상승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인하된 후판 가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두 번의 겹악재를 맞았다.

통상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후판은 선박에 사용되는 재료로 두께 6㎜ 이상의 철판을 뜻한다. 조선업계에서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서 무려 20~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가격 인하를 주장한다. 반면 철강사들에 후판은 핵심 수익 요인이기 때문에 인상이 필수다.

올해 상반기는 톤(t)당 90만원 초반대로 인상됐다. 다만 올해 하반기는 잇단 공장 폐쇄와 중국 후판 반덤핑 조사 등으로 12월 말 또는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 근처를 맴돌고 있다. 환율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400원을 뚫고 1401.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무려 장중에는 1404.5원까지 상승하며 고공 행진했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1.6원 상승한 1392.5원에 출발했다.

철강업계는 대부분 원자재를 달러로 거래하고 있다. 이에 환율이 오르면 수입 비용은 물론, 생산 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가 지속된다면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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