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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제약업계 'GMP 원스트라이크' 유명무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제약업계 'GMP 원스트라이크' 유명무실

등록 2024.11.07 14:47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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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텍스제약, GMP 취소 처분 올 처방액 53.4% 축소신텍스제약·동구바이오, 집행정지 인용돼 손실 없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바이넥스 사태'를 계기로 도입된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제도 도입 초기 단계로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라 불리는 'GMP 적합판정 취소제'는 의약품 제조사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을 위반할 경우 그 제조시설의 적합판정을 취소해 제조·유통을 제한하는 제도다. 구체적 적용 기준을 살펴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 판정을 받거나 반복적인 GMP 거짓 기록 작성 등 GMP 관련 중대한 위반행위를 했을 경우 적합판정이 취소된다.

적합판정이 취소되면 해당 의약품의 제조와 유통이 즉시 중지되며, 이미 유통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회수 명령이 내려진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취지는 한 번의 위반이라도 중대한 결함으로 판단되면 유예 없이 적합 판정을 취소해 제조사가 더욱 철저히 GMP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제도 도입 배경으로 작용한 바이넥스 사태는 회사가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허가된 제조 방법과 주성분 용량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이 적발되며 벌어졌다. 이로 인해 당뇨병 치료제, 해열제, 우울증 치료제 등 6개 품목이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됐으며, 바이넥스가 위탁 생산한 24개 제약사의 32개 품목도 추가로 제재를 받는 등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바이넥스 사태는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위탁 생산 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소비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 계기가 됐다.

GMP 적합판정 취소제 시행일은 2022년 12월로, 실제 당국에 적발돼 첫 처분 대상이 된 기업은 한국휴텍스제약이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지난해 7월 소화제 '레큐틴정' 등 6개 제품을 지속·반복적으로 허가사항과 다르게 첨가제를 임의로 증·감량해 제조하며 제조기록서에는 허가사항과 같게 제조하는 것처럼 거짓 작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식약처는 내용고형제 대단위 제형에 대한 의약품 GMP 적합판정 취소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해 말 처음으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휴텍스제약은 즉각 본안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수원지방법원은 2월 휴텍스제약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1심에서 취소 처분이 유지되며 이후 상고심과 대법원에서 집행정지가 최종 인용되기까지 약 한 달간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휴텍스제약은 2월 1일부터 지난 3월 4일까지 33일 동안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효력 발생으로, 공장 운영을 중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의 의약품 제조도 금지됐다.

공장 운영 중지 여파는 원외처방액 감소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국휴텍스제약은 올해 1분기 원외처방액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770억원) 대비 약 40% 감소한 데 이어 올 3분기 누적 처방액 1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축소됐다. 지난 7월 판매대행업체(CSO)에 20여개 품목의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등 품목정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휴텍스제약 이후 식약처는 한국신텍스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삼화바이오팜 등 세 회사에 대해 추가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중 삼화바이오팜을 제외한 3개사는 모두 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신텍스제약은 지난 4월 집행정지가 인용된 후 지난달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집행정지를 인용 받았다. 동구바이오 역시 지난 9월 1심에서 집행정지를 인용받으며 내용고형제 품목 600여개 품목을 계속해서 제조하고 있다.

1심에서 집행정지를 인용 받지 못한 휴텍스제약이 큰 손실을 봤던 것과 달리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은 신텍스제약과 동구바이오는 큰 손실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올 3분기 원외 처방금액은 6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3% 증가하는 등 지난 8월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예고 이후에도 타격이 없었다.

여기에는 1심 집행정지 인용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정치권과 당국이 '1호 처분 대상'이었던 휴텍스제약 사례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휴텍스제약 측 손실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식약처에 GMP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같은 해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휴텍스제약이 소환됐다. 당시 김성겸 휴텍스제약 사장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서 GMP 준수 약속을 하고, 국회에서 식약처에 대해 빠른 취소 처분을 요구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11월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행정처분 관련 보도자료를 별도로 배포했다.

올해 분위기는 달랐다. 신텍스제약, 동구바이오, 삼화바이오팜 등은 국감장에 소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식약처에서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도 없었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자체가 국감에서 중요 화두에 오르지 않으며 업계에서 요구한 제도 개선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GMP 취소 처분을 받은 기업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연달아 승소하며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행정지 인용을 통해 정상적으로 제조·유통을 진행하는 기업은 현재 행정소송과 GMP 재인증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GMP 재인증을 받으면 최종 패소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번 국감에서 GMP 적합판정 취소제 문제를 다룬 복지위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식약처에 국감 서면질의를 통해 GMP 적합판정 취소 후 적합 판정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규정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과 관련해 적합판정 취소 후 일정기간 적합 판정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현행 약사법령에서 허가 취소된 품목과 동일한 품목은 1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등을 받아 취소된 품목과 동일한 품목은 5년간 허가를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을 고려할 때, GMP 적합판정 취소 후 적합판정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규정 도입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고 했다.

이어 "GMP 적합 판정 취소 제도 마련 당시 약사법 개정안에는 '적합 판정이 취소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의약품 등의 종류 또는 제형에 대해 적합 판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처분이 과도하다며 고의적인 제조기록서 거짓 작성 등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에 한해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을 내리는 등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발 품목과 함께 동일 제형 생산이 모두 중단돼 위수탁사까지 덩달아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기준이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2월 휴텍스제약이 연간 27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며 관련 위수탁사 역시 동반 손실을 봤다.

식약처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개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고 업계와 지속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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